사도세자 죽음 그린 '임오일기'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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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1735~62)가 뒤주에 갇히는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고문서 '임오일기(壬午日記)' 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사편찬위원회 고중세사실 이상태 실장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장서각에서 원본을 확인해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임오년은 1762년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던 해로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기록들을 모았다는 뜻에서 '임오일기' 로 명기했다.

'임오일기' 에 실린 여러 기록 중 사도세자의 죽음과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첫째 글인 '이광현(李光鉉)일기' 다.

당시 승정원 주서(注書.7품)였던 이광현이 주서에 임명되던 윤(閏)5월 11일부터 21일 사도세자가 죽는 날까지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는 날인 13일은 시시각각 진행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적어 세자의 죽음에 얽힌 그동안의 다양한 추측과 해석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기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비극으로 단정하고 영조의 잔학상을 드러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아들(사도세자)에게 칼을 휘두르며 "속히 뒤주 안으로 들어가라" 고 외치는 '포악한' 영조와 이를 만류하는 신하들의 팽팽한 대립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이를 보면 세자를 뒤주에 가둔 것은 영조의 '훈육책' 이었다는 식의 해석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실장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조선왕조실록' '한중록' 등의 기록이 있지만 모두 정치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는 기록이었던 게 사실" 이라며 "임오일기는 개인이 비장했던 것인 만큼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객관적 진실을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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