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읽는다] 정보통신사업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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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9월 북한 최고의 공과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학' 을 방문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과학중시 사상을 빛나게 실현하자!' 라고 쓴 현수막이 첫눈에 들어왔다.

북한은 지금 과학기술 발전이 경제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경제사정과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하드웨어 산업 보다 창의력만으로 훌륭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기관으로는 ▶국가과학원▶조선콤퓨터센터▶평양정보센터▶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평성리과대학 등이 있다.

북한은 1990년부터 소프트웨어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프로그램 기술개발을 돕기 위해 매년 '전국프로그램경연대회' 를 개최해 왔다. 최근엔 이와 별도로 '음성인식프로그램 경연대회' 도 실시하고 있다.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보면 ▶사무자동화용 프로그램을 비롯, ▶고려의술(동의학)기반프로그램 문자.음성인식, 자동기계번역, 바둑.장기 등▶첨단 인공지능활용 프로그램▶에듀테인먼트(교육효과 오락용)프로그램 등 주로 멀티미디어 PC에서 작동하는 응용프로그램이다.

이들 제품의 기술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바둑프로그램은 1998~99년 일본에서 열린 '포스트컵 컴퓨터바둑 경시대회' 에서 연속 우승했다.

이에 반해 통신기술 분야는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다. 경제사정이 곤란해 새로운 장비.시설도입이 어렵고 외부와의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꺼리는 정책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도 북한은 지난 96년 정부의 주요사업으로 통신시설 보수사업에 착수, 전화의 자동화.디지털화를 추진해왔다.

그결과 최근 평양 등 주요 도시의 전화망을 대거 보수했으며 여러 지역의 통신선로를 광섬유 케이블화했다. 이에 힘입어 전국적인 컴퓨터망 구축이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

현재 전국 컴퓨터망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자료검색▶전자우편▶파일전송▶전자소식 등이다. 평양시내에서는 일반자동전화 회선을 통해, 지방에서는 광섬유통신망을 통해 접속이 가능하다.

다만 인터넷은 아직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경제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인터넷이 가져다 줄 파장을 우려해 북한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인터넷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북한에서는 원치 않는 정보를 최소화하면서 인터넷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즉 거대한 인트라넷을 구성하고 방화벽(Firewall)을 설치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평양정보센터' 의 연구과제 중에도 방화벽에 관한 것이 포함돼 있었다.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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