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의원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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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승현 게이트' 와 관련, 1일 정치권엔 여러 의혹과 소문이 나돌았다.

"한나라당 모의원이 陳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 는 소문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모의원에게 소문의 진위를 묻기 위해 오후 3시쯤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 고 말했다.

그는 10여분간 휴대폰 통화에서 "정치인이 선거 때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 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그러면 陳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얘기냐" "陳씨와 전에부터 알던 사이냐" 고 묻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 고 반복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돈 수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언론에 비춰질 수도 있다" 는 지적에 "알아서 (기사를)써라. 그러나 책임은 기자가 져야 한다" 고 했다.

기자는 또 "진승현 게이트를 제일 먼저 폭로한 것이 의원 아닌가" 라고 묻자 "한달쯤 전 의원총회에서 폭로했다.

선제공격을 한 것이다" 는 말도 했다. 기자는 "이건 시어리어스(진지한)한 질문이다.

정확히 답변해 달라" 고 촉구했으나 모의원은 계속 "시인도 부인도 않겠다" 는 말을 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사진)의원이었다. '모 의원' 이라는 익명으로 쓴 인터뷰 기사내용(2일자 중앙일보 가판)이 1일 오후 7시쯤 서울 시내 일부에 배달됐다.

40여명의 기자들이 국회의원회관 鄭의원 방으로 찾아왔다.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 陳씨의 돈을 받았나.

"내가 묻고 싶다. 왜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왔나. 검찰에서 나온 것이냐, 모 당에서 나왔느냐. 벤처하는 사람 중 돈 80억원을 야당에 줄 사람이 어딨노. "

- 직설적으로 묻겠다. 받았나, 안받았나.

"안받았다고 해도 안믿을거고 받았다고 해도 안믿을텐데 뭐하러 말하나. "

- 안 받았다고 말하면 믿겠다.

"하하(웃음). "

-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보고했나.

"총재와 얘기할 겨를이 없었다. "

"오히려 내가 공세를 못하도록 선수친 것 아니냐. 이 사건에 대해 우리에게 정보가 축적돼 있다. 부산이라고 하는데 내가 알기론 陳씨는 경북사람이다. 내가 陳씨 돈을 받을 이유도 없고 동향도 아니다."

- 陳씨를 아나.

"답변할 대상이 아니다. 느닷없이 홍두깨식으로…. 陳씨에게 물어봐라. "

- 陳씨 부친을 아나.

"陳씨 아버지 친구인 김재환씨가 10년 전에 안기부(국정원 전신)에 있었다고 추리하는 모양인데 대꾸할 가치도 없다. "

기자회견 동안 이회창 총재는 이부영(李富榮)부총재.당3역 등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李총재는 "보고받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 고 말했다.

이부영 부총재는 "그는 프로다. 돈을 받았을리 없다. 그런 모호한 답변을 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권의 공격을 유도해 자신과 관련한 엉터리 돈 수수설을 흘린 사람을 찾아 공격하려고 했던 게 아니겠느냐" 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측은 " '시인도 부인도 않겠다' 는 답변은 특유의 성격과 전략적 마인드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그는 노련한 DJ저격수다.

그런 돈을 받을리 없다" 고 주장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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