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한국 스포츠 외교 탄력 받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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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8개월 만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복귀했다. 이전 회장이 8일 인천공항을 통해 밴쿠버로 출국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8일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 11일(한국시간) 개막하는 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총회가 끝나도 밴쿠버에 남아 28일까지 올림픽을 참관하면서 한국선수단을 응원할 예정이다.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이날 오전 IOC로부터 위원 복귀 결정 소식을 듣자마자 움직였다. 이건희 위원이 IOC 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2007년 7월 과테말라시티 총회 이후 처음이다. 과테말라 총회는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했던 회의다.

이건희 위원의 활동 재개는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은 한때 3명의 IOC 위원이 활동했었다. 1986년 선출된 김운용 전 위원에 이어 96년 이 위원이 IOC 위원이 됐고, 2002년 당시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이었던 박용성 현 대한체육회장까지 위원에 선출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2005년 김운용 전 위원이 자진 사퇴했고, 2007년에는 박 전 위원이 IJF 회장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사임하면서 이건희 위원 혼자 한국의 스포츠 외교를 책임지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 위원마저 2008년 8월, 위원 자격 일시 정지를 신청하면서 완벽한 공백기가 됐다. 비록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문대성 위원이 선수위원으로 선출됐지만 선수위원은 외교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IOC 위원은 76개국의 108명이다. 이번 밴쿠버 총회에서 중국의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양양 등 6명의 신임 위원이 선출되면 114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5명의 IOC 위원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이 4명, 독일·영국·호주·러시아가 각각 3명으로 IOC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국가들이다. 이건희 위원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날 이건희 위원의 복귀 소식을 전하면서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이 위원의 복귀로 올림픽 유치 활동 등 한국의 스포츠 외교가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IOC의 공식 파트너(TOP·The Olympic Partner)다. ‘올림픽 파트너’는 일반 스폰서와 달리 코카콜라·맥도날드·비자·코닥 등 분야별로 12개밖에 없다. 그만큼 IOC에서의 영향력은 크다. 현역 IOC 위원이면서 삼성의 오너인 이 위원의 위치를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회 유스(Youth) 올림픽 후원사가 된 것도 의미가 있다. 14세에서 18세 선수들이 참가하는 유스 올림픽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주창해서 만든 대회다. 1회 대회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 로게 위원장이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내년 7월 남아공 더반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 이전까지 IOC 위원 전원이 모이는 기회는 이번 밴쿠버 총회와 8월 유스 올림픽밖에 없다. 딱 알맞은 때에 이건희 위원이 복귀한 것이다.

이건희 위원의 활발한 IOC 활동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회의와 맞물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끌어올리는 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G20회의는 정치·외교적으로 세계의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다. 내년에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빅3 스포츠’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열린다. 거기에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까지 확정된다면 금상첨화다.


손장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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