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컬처코드 (37 )아이폰 아바타 아이돌 ‘3아’모르면 왕따? 이젠 디지털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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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52회 그래미 어워즈. 마이클 잭슨 추모 공연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3D 입체안경을 끼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CBS가 전세계에 타전한 이 장면은,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불어 닥친 3D열풍을 짐작하게 했다.

최근 세간에 나도는 우스개 중 ‘3아를 모르면 왕따’란 말이 있다. ‘아이폰, 아바타, 아이돌’이다(아이돌 대신 MBC 다큐 ‘아마존의 눈물’을 넣은 버전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아이폰과 아바타는 빠지지 않는다. 가히 금세기 초 최고 발명품이라 할만한 아바타와 아이폰은 상상력과 첨단기술의 결합으로 기존 틀을 깼다. 똑똑해진 전화는 PC를 탑재한 모바일로 진화 중이고, 3D 영상은 영화와 TV 시청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꿀 태세다.

# 새로운 기술이 각광받는 것은 그것이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스티브 잡스는 응용 프로그램을 사고 파는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미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새로운 온라인 음원 유통구조를 성공시킨 그다. 제임스 캐머런은 3D로 극장가에 새 수익 모델을 제시했다. 가전업계는 내친 김에, 3D TV수상기 교체바람이 안방극장에 불기를 고대하고 있다.

# 디지털 미디어 혁명에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테크노 스트레스’란 말이 나왔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따라잡느라 스트레스 받는 것을 뜻한다. 중장년층뿐 아니다. 얼리 어답터 젊은 세대도 경쟁적으로 빨리 기술 트렌드를 쫓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겪는다. ‘디지털 치매’라는 말도 있다.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해놓아 실제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 등을 뜻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굳이 몰라도 상관없는 뉴스까지 알게 되는 ‘뉴스 피로도’라는 말을 비틀면 ‘디지털 피로도’가 꽤나 높은 세상이다. ‘디지털 쓰레기’도 많다. 그간 휴대전화의 진화에 따라 쓰레기가 된 구형 전화가 몇 개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3D영화가 주는 시각체험에 놀라워하면서도,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도 많다. 신체의 한 부분 같은 스마트폰은 우리를 24시간 디지털 미디어 소비자로 만든다.

미디어학자 토드 기틀린은 『무한 미디어』라는 책에서 이처럼 다량의 미디어가 쏟아져 폭주하는 세태를 갈파한 바 있다. 기술과 시장이 가짜 욕망을 만들고, 미디어는 과잉 상태이며, 삶의 경험은 모두 미디어 의존적인 경험이 돼버리는 시대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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