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월드컵 손님맞이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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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1월 4일 일본 도쿄(東京).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로가 서울 보다 좁다. 하지만 차량 통행은 막힘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 도로엔 불법 주.정차 차량을 찾아볼 수 없다. 짐이나 쓰레기를 쌓아놓는 경우도 드물다.

더 의아스러운 것은 일주일 동안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단속 카메라와 잘 정비된 도로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몸에 밴 질서 의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

2002년 월드컵을 한국과 함께 개최하는 일본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서울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이 위치한 마포구와 산하 동사무소 직원 57명이 최근 5박6일 동안 일본을 방문, 시설 등을 둘러봤다.

귀국후 이들은 "이대로 가면 우리의 모습이 일본과 너무 대비돼 부끄러울 것 같다" 고 우려했다. 무엇을 참고해 어떻게 고쳐야 할까.

▶감동적인 친절 문화=방문단이 처음 도착한 간사이(開西)국제공항. 대부분 여성 경찰관이 경비를 맡아 특이했다.

방문단은 "한결 부드러운 안내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 평했다. 일본에 막 도착한 외국인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 준 셈이다.

일본인들에게 체질화된 생활 에티켓도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인파로 북적대는 공항이나 지하철 안에서 살짝 어깨만 스쳐도 웃는 얼굴로 "미안합니다" . "실례합니다" 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던 것.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동경의 한 식당.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단정하게 차려 입은 종업원은 입구에서 손님을 맞아 자리까지 안내한 뒤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았다. 이 식당에서는 뜨거운 물은 반드시 손잡이가 달린 컵에 담아 낸다고 했다.

교토(京都)시에서 일행이 찾아간 MK택시회사는 기사들이 지켜야 하는 인사법을 소개했다. 승객이 타면 인사를 먼저 건네고 손님이 말한 행선지를 복창한다.

그 다음 운전자의 이름을 알려 주고 손님이 내릴 때는 잊은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 또 '인사말을 하지 않을 경우 요금을 받지 않겠다' 는 스티커도 붙여 놓았다.

◇ 정돈된 환경과 체계적인 시설=방문단에게 일본 주택가 이면도로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주차시설이 잘 갖춰져 도로변에 나와있는 차량이 전혀 없었고 자전거는 지정 장소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쓰레기가 아무데나 널려져 있는 우리와 달리 주택가까지 일일이 설치된 분리수거함엔 용도별로 정확히 나뉘어져 깔끔하게 묶인 쓰레기가 담겨있다. 집집마다 대문과 담장 등에 작은 화분을 내놓아 거리 환경을 가꾸는 모습도 신선했다.

도심지 공사장 주변에는 꼼꼼하게 팬스를 설치하고 양쪽에 안전요원을 배치, 보행자와 차량들을 안내하고 있다.

방문단이 찾은 식당 대부분은 음식 사진을 메뉴표에 담아 외국인들도 고르기가 쉬웠다. 사람들이 주방을 드나들 때 알코올로 손을 소독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방문단에 참여한 공무원은 "일본 지하철에서는 핸드폰 벨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일부러 지하철 구간에는 기지국을 설치하지 않았다" 며 더불어 사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부러워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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