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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황폐화] 마구잡이 복개…하천 숨 끊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마구잡이식 복개야말로 하천을 죽이는 또 하나의 지름길이다.

지난해말 현재 한강 본류를 제외한 34개 서울 하천가운데(총연장 2백38㎞) 복개돼 있는 곳은 79.7㎞. 전체 하천의 3분의1 이상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셈이다.

실제로 취재팀이 중랑천.안양천 등 서울시내 주요 도시하천을 둘러본 결과 상당부분이 도로로 바뀐 상태. 특히 청계천.면목천.월곡천.녹번천.봉원천.시흥천 등은 1백% 복개돼 접근이 불가능했다.

중랑천 지류인 전농천.우이천.도봉천 등과 안양천의 일부 복개하천들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하천 복개구간이 홍수방지를 위해 하천주변에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고 물길을 직선화시킨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진대 최주영(도시공학)교수는 "굽은 하천을 곧게 펴고 하천 주변을 콘크리트로 덮으면 자연하천에 비해 유속은 2~3배, 파괴력은 4~9배 증가한다" 며 "이러한 하천 직강화 공사는 갈수기(渴水期)에는 물을 마르게 하고, 홍수기에는 하천 범람을 일으키는 주범" 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산 입구인 경기도 의정부시 안골은 국립공원의 출입을 쉽게 하기 위해 하천을 덮어 도로와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데 1998년 집중호우 때 복개도로 다리에 토사.나무 등 유실물이 걸려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왕숙천 주변에 사는 신채효(83)씨는 "4~5년 전 하천을 복개한 뒤 장마 때만 되면 물이 넘친다" 며 "공사현장에서 나뭇가지들이 떠내려와 하수구를 막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하천 복개는 하천의 생태계 훼손에도 영향이 크다.

경원대 정경민(조경학과)박사는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어 놓으면 태양에너지 전달을 차단, 하천에 사는 식물과 수생 미생물의 수가 줄어들어 먹이사슬이 깨지고 수질도 악화돼 하천을 죽게 만든다" 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인식, 올해부터 하천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철원군(무금천).전남 여수(연등천) 등에서는 아직도 복개를 둘러싼 주민들간 논란이 거세다.

복개를 원하는 주민들은 공간의 효율적인 사용과 위생문제 등을 앞세우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복개천 안에 오물이 쌓이면 홍수 때 물을 역류시키는 구실을 해 범람우려가 커진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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