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이번 설에 ‘칡소’ 선물세트를 내놨다. 축산담당 바이어가 농가에 들러 소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애경이 개발한 ‘매직캡’. 샴푸를 짠 뒤 손가락의 힘을 빼면 거꾸로 한 상태에서도흘러내리지 않는다.
명절 선물세트 가격을 정할 때부터 유통업체의 전략이 들어간다. 이상구 CJ제일제당 상무는 “선물세트에 들어갈 상품을 골라놓은 뒤 이를 합쳐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 아니다”며 “선물세트의 가격부터 먼저 정해놓고, 이에 맞춰 상품을 추린다”고 말했다.
상품은 까다롭게 정한다. 몇 차례 심사를 거친다. 유현석 애경 브랜드마케팅팀 과장은 “소비자 트렌드와 주부 평가단 선호도를 조사해 인기 상품으로 구성한다”며 “사내 직원·바이어 품평회를 통과한 선물세트만 시중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다른 변수에도 신경을 쓴다. 과일 값이 그렇다. 유 과장은 “과일 작황이 좋으면 값이 떨어져 잘 팔린다”며 “이 경우 과일 선물세트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선물세트는 판매가 줄어들 것이므로 미리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먹을거리 파동’에도 대비한다. 유 과장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한우 선물세트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마다 전담 TF를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매니저, 디자이너, 생산·마케팅·물류 담당자 등 10여 명의 TF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명절 선물세트가 이 회사 생활용품사업 부문 연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 유통사업부 박영걸 과장은 “지난해 2월 팀을 구성해 1년 내내 준비한다”며 “생산이 한창일 땐 일손이 달려 외부 인력을 추가 고용하고, TF 팀원들이 나가 밤새 세트를 조립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TF는 지난해 10월 추석 판매가 끝나자마자 설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소비자 동향을 분석해 한우 선물세트의 테마를 ‘칡소(칡덩굴 모양 얼룩소)’로 잡았다. 하지만 전국에 300여 마리밖에 없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권순건 정육담당 바이어는 “전국의 우시장·농가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하던 중 전북 완주·김제 농장에서 네 마리의 칡소를 찾아 계약을 따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점포마다 TF를 가동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