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착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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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호 34면

금융위기 이후 GM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자동차 생산회사로 군림하는 도요타자동차가 최근 품질 결함으로 예상치 못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도요타 사태는 캠리 같은 일반 자동차의 가속페달뿐만 아니라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의 제동에너지 재생 시스템에서까지 결함이 발생해 대량 리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첫째, 기술 첨단화의 문제다. 예전과 달리 최근 생산되는 자동차는 구동과 제동, 조향과 섀시·보디 모든 분야의 주장치 및 보조장치에서 수많은 센서와 전자제어 기능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된다. 예컨대 전자연료제어장치(EMS)·전자미끄럼방지장치(ABS)·전자평형제어장치(ESP)·차량거리유지장치(ACC)·타이어감압감지장치(TPMS)·에어백 등이 특정의 통신 방법으로 복잡하게 얽혀져 기능을 유지한다. 또한 차량 무게를 줄이고 기능 작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각 부품의 연결을 센서와 통신기술에 의한 무선 기능으로 대체했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된 가속페달 역시 위치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와 스로틀밸브의 개폐 구동모터의 제어장치 사이가 무선으로 작동된다. 특히 프리우스의 경우 저속과 고속에 따른 엔진과 모터의 전자제어 기능을 갖춰 현재 생산되는 차종 중 최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이런 수많은 센서와 전자제어장치는 고압선, 군사기지, 공항·부두, 정부청사 등에 있는 통신기기로부터 외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가 서로 발생시키는 내부 영향도 받는다.

필자가 1980년대 중반 독일 회사 연구소에서 ABS를 개발할 당시, 어렵게 개발한 전자제어로직이 수많은 테스트 결과 전자파 간섭 시뮬레이션 테스트에서 이상현상을 보인 적이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처럼 기술이 첨단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예기치 못한 문제가 전체 시스템의 결함으로 귀결될 수 있다.

둘째, 생산의 글로벌화 문제다. 전 세계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추고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거나, 비용 절약 차원에서 한 부품을 여러 개의 자동차 모델에 공유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자칫 품질 저하의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경영철학의 변화다. 이번 사태는 도요타의 와타나베 회장이 품질 향상에 따른 비용 절감을 추구해 온 전략과 무관치 않다. 80년대 독일 오펠의 신화적인 구매 전략가였던 로페즈는 부품업체에 대량 구매를 보증하는 대신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해 오펠의 가격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그러나 부품의 품질 저하로 결국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말았다.

필자는 10여 년 전 일간지에 한국 자동차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견하면서 현대자동차가 북미에서 재기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획기적인 품질 보증을 주장한 적이 있다. 70년대 말까지 독일차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낮았던 도요타가 아우토반에서 한 번도 서지 않는 고품질 전략으로 독일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차그룹의 약진 배경에는 최고경영자가 가진 품질의 중요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도요타를 벤치마킹하는 눈높이의 품질 업그레이드 전략을 갖고 연구개발, 품질 보증, 마케팅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해 온 덕택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도요타자동차와 달리 가속페달 결함이 발생하면 제동페달과 연계시켜 가속을 저지하는 기능을 미리 장착하는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도요타 리콜 사태는 한국 자동차회사에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1000만 분의 1의 품질 문제도 허용치 않으려는 연구개발 자세가 중요하다. 아울러 자동차회사와 부품회사간의 상생을 기본으로 하는 협력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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