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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총재 부적격론 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최근 유럽에서 빔 두이센베르흐 유럽중앙은행(ECB)총재 부적격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로화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는 커녕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조기 퇴진을 점치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두이센베르흐 총재는 24일(현지시간)회의 석상에서 "유로는 성공할 것이며 내 판단으로는 이미 성공했다고 본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유로지역에서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조짐이 있다" 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있자마자 유로당 0.85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유로화 가치는 0.83달러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정치권과 언론은 그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프랑스 의회의 프랑수아 롱클 외교위원장은 "그는 능력이 없거나 어리석거나 무책임하다. 아니면 이 세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며 공개적으로 그의 사임을 촉구했다.

유럽의 언론도 대부분 "세계 제2의 중앙은행 총재로서 길지 않은 이력에 또 하나의 잘못을 추가했다" 고 비난했다.

두이센베르흐는 유로화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ECB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던 10월에도 "설사 중동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ECB가 유로화 부양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 말해 유로화 폭락을 야기한 바 있다.

비난이 가열되자 유로 11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그에 대한 지지입장을 재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동안 그가 입버릇처럼 외쳐온 "유로화 하락이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고 있다" 는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3분기 성장률이 0.7%로 2분기(0.6%)에 비해 다소 둔화했고, 독일도 0.5%를 기록해 2분기(1.1%)에 비해 성장세가 멈칫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로화 가치의 약세는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역내 인플레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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