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上. 인터넷 친구 맺기, 나이 들수록 이성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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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개인미디어(플래닛)를 운영하는 김명수(34)씨는 4700명의 온라인 친구가 있다. 친구들은 수시로 김씨의 개인미디어를 찾아와 댓글을 올리고 음악을 듣는다. 그의 개인미디어가 관심사를 나누는 공간이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이를 개설한 김씨는 "얼굴도 모르는 네티즌의 관심을 받는 게 신이 나 답장을 보내고 새 글을 올리면서 밤을 새우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네티즌 간 인맥이다. 김씨와 그의 온라인 친구처럼 수많은 네티즌이 서로 반응하면서 거대한 온라인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음 측과 본지의 공동 조사 결과 온라인 사회의 인맥 구조는 현실 세계와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 이성 친구를 더 좋아해=다음 회원 1200만 명의 '친구 맺기' 관계를 조사해 보니 나이가 들수록 이성과 친구를 맺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남자 33세 이상 그룹에선 친구의 60% 이상(43세 이상은 62%)이 여자였다. 여자도 19세 이상 대부분의 그룹에서 친구의 절반이 남자였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친구 관계를 맺은 상대가 이성이라는 점은 온라인 사회가 현실 사회보다 좀 더 개방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10대는 주로 동성을 친구로 삼는 경향이 강했다. 남자 13~18세는 친구의 57%가 남자였고, 여자 10~12세는 63%가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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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맺기'는 10대가 주도=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펴낸 2004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주당 평균 10.4시간으로 20대(16.1 시간)와 30대(10.8 시간)보다 적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친구 맺기에 가장 열성적인 연령대는 10대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미디어 이용자의 33%가 10대였다. 13~18세의 평균 온라인 친구 수는 남녀 각각 72명과 38명이었다. 반면 19~24세는 남녀 각각 52명과 23명, 25~32세의 경우 남녀 각각 27명과 15명이었다.

◆ 관심도.영향력 측면에선 20대 이후가 강세=개인미디어의 방문자 유치 면에선 10대보다는 20대, 30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3~18세가 운영하는 남녀 개인미디어에는 하루 평균 각각 85명과 144명이 들렀다. 반면 남녀 19~24세에는 각각 309명과 185명이 찾아와 대조를 이뤘다.

특히 방문자 수 면에서 여자 33~42세가 2위를, 남자 33~42세가 3위를 각각 기록했다. 다음 관계자는 "10대들은 주로 신변잡기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내용이 단순하지만 20대, 30대와 40대 초반은 다양한 테마를 제공해 세대.연령 제한 없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두 개의 허브=온라인 사회에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개의 '허브(정보가 교차되는 곳)' 구조가 존재한다. 한 형태는 인맥이 많은 네티즌끼리 친구를 맺고 있는 경우다. 이들은 조밀한 관계망을 이용해 여론을 만들고 삽시간에 메시지를 전파시킨다. 친구가 3~4명인 두 네티즌 간 의견은 사장되는 경우가 많지만 친구가 수백 명인 네티즌 간의 메시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회연결망 분석 업체인 '사이람'의 김기훈 사장은 "이들은 온라인 사회의 진정한 실력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허브 구조는 연예인과 사이버 문인 같은 스타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친구를 맺으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추종하는 수많은 '일반인'이 있다. 연예인과 오빠부대 관계라고 할까. 따라서 스타를 통하면 일반인들에게 빠른 속도로 여론을 전파시킬 수 있다.

◆ 연예인은 촉매제=온라인 사회의 강자는 역시 연예인이다. 전체 개인미디어의 운영자 중 연예인은 0.04%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체 네티즌의 9.2%가 연예인이 운영하는 개인미디어에 접속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 관계자는 "연예인의 개인미디어는 순수한 커뮤니티가 아닌, 오락정보 사이트나 다름없다"며 "개인미디어를 많이 쓰는 10~20대가 연예인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탐사기획팀=양영유.정용환.민동기 기자
◆ 제보 = 02-751-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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