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사업권 초읽기] '탈락' 이란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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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우리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10년동안 국내 통신업계 판도를 좌우할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권 향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업자 선정 발표는 다음달 22∼26일쯤이다.

IMT-2000은 LG글로콤·한국통신·SK텔레콤·한국IMT-2000 등 4개 사업자가 3장의 사업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일하게 동기식을 신청한 한국IMT-2000은 ‘반드시 동기식 사업자를 한 곳 이상 선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과락(심사항목당 60점,전체 평균 70점 미만)만 면하면 사업권을 따게 된다.

하나로통신과 3만5천9백여세대의 예비 국민주주들로 구성된 한국IMT-2000이 사업권을 획득할 가능성에 대해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반반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의 두원수 홍보실장은 “사업허가 신청 전에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최소한 75∼80점은 충분히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한국IMT-2000은 사업권을 따낼 경우 비동기식 탈락사업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상하고 있다.

비동기 방식에는 3개 사업자가 2장의 티켓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을 벌이고있다.탈락 사업자는 자칫 통신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부터 회계사 2명의 주도 아래 본격적인 계량평가에 들어가자 한통·SK·LG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쟁업체의 실력을 가늠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심사기준에 따르면 총점은 1백2점.2점은 최고한도(1조3천억원)의 출연금을 내면 자동으로 얻어 사실상 1백점 만점이다.

이 가운데 대주주와 5%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의 재무제표로 판명나는 계량 점수는 17점.나머지 83점이 주주 구성의 적정성,기술 개발 실적과 기술 개발 능력 등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반영되는 비계량 평가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계량 평가에서는 SK>한국통신>LG 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점수차가 너무 미세해 계량평가가 당락을 결정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비계량 평가도 투명한 심사기준이 사실상 이미 공개돼 있어 계량평가의 점수 차이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통과 LG는 “비계량 평가에서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한통의 남중수 본부장은 “기존 유·무선 인프라의 재활용과 유·무선 통신서비스 제공 경험에서 한통이 훨씬 앞선다”며 종합 1위를 자신했다.

LG의 이정식 상무도 “LG전자가 대주주인 만큼 장비조달과 기술개발 실적 항목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아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전문가들은 불과 1점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심사위원들이 비계량 평가에서 점수차를 어느 정도 벌일 지가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동기식 업체들은 이에 따라 사회 분위기와 여론이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점수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내보이고 있다.

우선 한통은 주식의 5%를 국민주로 공모하기로 해 배점이 가장 큰 ‘주주구성의 적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기대하고 있다. SK는 중소벤처기업협회(PICCA)와 지난해부터 비동기 기술을 개발 중인 64개 벤처기업이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유통쪽의 한진, 교육분야에서 국내 최대사업자인 대교가 컨소시엄에 가세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또 중국·일본의 이동통신업체들과 경쟁적으로 공동로밍 협정을 맺는 등 비동기 시장의 기선 제압에 나서고 있다.

정통부는 다음달 4일쯤 연구기관·학계·시민단체가 추천한 복수의 인사 중 영업·기술 두 부문에서 각각 10명씩의 심사위원을 선발해 비계량 평가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얽혀있고 근소한 점수차로 탈락업체를 가릴 수 밖에 없어 심사를 맡기를 꺼리는 전문가들이 많아 정통부가 고심하고 있다. 심사는 올림픽 체조경기처럼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심사위원의 점수를 합산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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