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암환자는 운동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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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한국체대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암(cancer)의 어원은 ‘게(crab)’이다.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고 한번 물면 놓을 줄 모르며 사방팔방으로 다리가 뻗어있는 게와 닮아서일까. 암은 이름만으로도 무섭고 절망적이다. 상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통계보고에 의하면 75세 이상 남자 노인은 3명중 1명, 여자 노인은 4명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고 특별히 일찍 죽지 않는다면 앞으로 살 수 있다고 기대하는 여명도 10년 새 5세나 더 늘어난 시대이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앞으로는 대부분 암으로 죽는 시대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긴 나이드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듯이 암이란 것도 본래 내 맘대로 통제가 안 되는 조직덩어리가 아니던가.

하지만 창이 발달하면 방패도 튼튼해지는 법. 이제는 의학의 발달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치료법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암도 이젠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에 비해 요즘에는 암 진단을 받는 환자들의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율이 50%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암이란 진단을 받더라도 이전과는 다르게 치료를 받고 병을 극복해 가족, 친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더욱 의미있고 활기차게 지내려면 체력 상태에 따른 적절한 운동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암 환자들은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사망선고를 받듯이 낙담하여 활동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운동은 커녕 외출조차 안하려고 한다.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암의 운동치료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암환자에게 운동은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데 놀랐다. 왠지 모르게 위험할 것 같고 심지어는 운동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좋아지면 암세포 활동도 증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 처지가 되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실제 운동으로 인해 암의 재발이 촉진되었다거나 회복이 저하되었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운동을 하면 암의 재발률이 현저히 저하되거나 5년 이상 생존율이 증가되었다는 보고가 더 많다. 특히 운동량이나 운동 강도가 높은 경우 생존률과 회복에 더 많은 이득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나 영국 런던대 암 연구소의 보고도 암에 걸려도 운동하면 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런던대 연구팀은 소화기계 암 환자가 꾸준히 운동을 할 때, 하버드대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가 걷기나 자전거 타기,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유방암 환자가 일주일에 3~5시간 운동할 때, 듀크대 연구팀은 전립선암 환자가 일주일에 몇 시간씩 중정도 강도의 걷기운동을 하면 사망 위험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암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다. 암 전문의와 각종 치료법은 기본이고 식이요법, 민간요법, 보조식품 등 암에 좋다는 것은 다 찾아본다. 하지만 증상 완화와 회복, 신체상태 개선, 그리고 재발율과 생존율을 고려해 볼 때 운동만큼 안전한 방법을 찾아보기 힘들다.

운동을 하게 되면 우선 운동에 몸이 적응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심혈관계는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 혈액과 심장의 기능이 향상된다. 이러한 효과는 호흡기계와 신진대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또한 신경계의 반응과 내분비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 좀 더 효율적으로 몸이 쓰이게 되며 피로를 덜 느끼게 만들어 준다. 실제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였을 때 피로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현저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역감과 같은 불편감과 수면장애 등도 개선된다. 또 자신의 신체를 잘 조절하고 균형을 잡게 하는 것은 물론 암 환자에게 발생하는 우울증 같은 증상들도 개선해 주게 된다.

원론은 좋다. 문제는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인가 인데 당뇨병에는 당뇨병에 맞는 운동법이 있고 관절염에는 관절염에 맞는 운동법이 있듯이 암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요점은 암 치료법에 따라 몸 상태가 수시로 바뀌는 것을 어떻게 맞추어 주는가이다. 다음 주 글의 주제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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