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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나라’ 의원님들도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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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하원 의원(전직 포함)의 절반이 주택수당을 부당 청구했다가 반납하게 됐다. 하원 의원 비용청구 조사위원회는 2004~2008년 752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청구한 주택수당 내역을 실사한 결과를 4일(현지시간)발표 했다. 위원회는 이 중 390명이 약 112만 파운드(약 22억원)를 부당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에게 상환을 권고했다고 BBC는 전했다. 당초 130만 파운드를 반환할 것을 권고했으나 일부 의원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18만 파운드를 감액했다. 수당을 반환해야 할 의원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문제가 된 주택수당은 지역구가 런던 시내와 떨어져 있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돕기 위해 영국 의회가 ‘제2의 주택’ 운영비로 지원하는 돈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의원이 살지도 않는 집의 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급기야 마이클 마틴 하원 의장이 314년 만에 처음으로 의장 직에서 중도 사퇴하기까지 했다. 장·차관도 보직에서 물러났다. 문제가 커지자 고든 브라운 총리는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5년간의 주택수당 청구 내역을 조사해왔다.

이번에 반납 명령을 받은 주요 부당 청구 내역을 보면 호텔비, 주택담보대출 상환비용, 식료품비, 공공요금, 주민세, 전화비, 세탁비, 보험, 집수리비 등이 망라돼 있다. 가장 많은 액수를 반납하라는 지적을 받은 사람은 노동당의 바버라 폴렛 의원이다. 폴렛 의원은 5년간 ‘제2의 집’에 대해 휴대전화 경비 시스템 이용 비용으로 3만4776파운드, 6개 전화선 유지 비용으로 8908파운드를 청구했다. 액수별로 보면 4만 파운드 이상이 3명, 5000~4만 파운드가 56명, 1000~5000파운드가 182명, 100~1000파운드가 149명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부당 청구 액수를 모두 반납받아야 한다”며 “반납을 거부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월급이나 수당에서 그 액수만큼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 닉 크레그 당수도 “과거 썩어빠진 관행에 빠져 있던 의회가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현재까지 80만 파운드가 반납됐다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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