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 '덕' 볼까, 외국펀드 관심 부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최근 환율이 불안해지며 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이 유입되고 있다.

이는 외국 펀드에 가입하면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미국 등 선진 증시가 국내보다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 투자수익도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국내 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외국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에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피델리티 세계투자 설명회에도 투자자들이 몰려 외국 펀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외환 위기 이후 국내에서 2천억원 이상 자금을 모은 피델리티펀드는 올들어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으로 자금 유입이 미미했으나 최근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만열 마케팅팀장은 "지난 7월부터 피델리티펀드를 판매했는데 그동안 판매실적이 없다가 최근 10억원을 유치했다" 면서 "환율 불안으로 20~21일 문의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인 것으로 보아 조만간 자금 유입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 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피델리티펀드는 투자 지역과 업종 등에 따라 41가지 종류가 있는데 주식보다 채권 투자 문의가 더 많다" 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피델리티펀드를 판매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이외에 한국투신증권.제일투신증권.씨티은행 등이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서비스 김균 차장은 "지난 2년여간 원화 강세로 해외 펀드가 판매되지 않다가 최근 한달여만에 판매 규모가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면서 "원화 가치 하락을 예상한 투기적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김차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는 시가총액의 0.3%에 그치는데 이는 미국의 10%, 홍콩의 5%에 비해 크게 낮다" 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되풀이한 반면 선진 증시는 안정적으로 성장을 해 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해외 투자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존 로스 이사는 "미국과 유럽.일본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증시는 구조조정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중립' 또는 '비중 축소' 를 권하고 있다" 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도 한국에 전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세계 시장에 일정 정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정태욱이사는 "내년 외환 자유화 실시 등으로 환율 인상(원화가치 하락)이 예상된다" 면서 "개인 입장에서는 해외 펀드에 관심을 돌려볼 만하다" 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