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솔로몬의 해법은…] 下. 학생 선발·발굴 다양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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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평가기준에서 헤어 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양승실 대입제도개선팀장이 제시한 대입제도 개선방향이다. 갈수록 다원화돼 가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따라서 대학도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여러 줄세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력뿐 아니라 성장잠재력(특기.적성 등) 등을 감안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시험점수'라는 단일 평가기준이 당락을 좌우하고 있으니 고교등급제 파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학들이 대입수능시험 등 손쉬운 잣대에만 의존하지 말고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해 재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특성화된 교육을 하는 등 고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특별전형부터 개선해야=2002학년도 입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의 특별한 재능이나 소질.경력을 반영하는 특별전형 모집비율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2005학년도의 경우 44%나 됐다. 이 제도는 선발 방법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행 특별전형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KEDI 양 팀장은 "특별전형을 통해 뽑으려는 우수학생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전형 요소와 전형 과정에서의 '질'에 대한 신뢰가 약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각종 경연대회의 난립으로 상의 신뢰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특별전형 확대를 위해서는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앙대 이용구 입학처장은 "학생이 정말로 해당 분야에서 소질이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도록 각종 대회에 대한 사회적인 공인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대 조영석 입학처장은 "학교장 추천 등의 특별전형 자격 제한이 느슨하다 보니 고교생 중 70~80%가 자격조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격조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학교장 추천제의 경우 각 대학이 다양한 추천 기준을 정해 먼저 고교에 제시하고 추천 학생에 대해 대학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한동대 김영섭 교무처장 등)도 나온다.

◆다양한 선발.발굴제도 마련=서울대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최근 장기적으로 정원의 3분의 1은 낙후 지역의 잠재력 있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뽑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환경의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해 잠재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폭넓게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사전에 고교의 우수학생을 발굴해 입학과 연계하는 '심화학습 이수인정제(AP:Advanced Placement)'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양대 최재훈 입학실장은 "각 대학이 우수한 고교 1~2년생을 사전에 발굴해 대학에서 필요한 과목을 미리 수강하게 하고 입학 때 특별전형으로 선발하는 AP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연구에 들어간 '고교-대학 연계'를 통한 대입 특별전형도 현행 점수 위주 선발 방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정광희 연구위원은 "대학이 입학정원의 일부를 내신과 수능에 의존하지 않고 고교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격, 학생의 성취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특별전형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교도 달라져야=대학이 다양한 선발 방법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고교도 이에 맞춰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숙명여대 박동곤 입학처장은 "특별전형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현재의 고교 교육 자체가 특성화돼 있지 않은 게 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고교 교육과정을 특성화하기 위한 학교 운영 자율성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김완진 본부장도 "학력 외에 봉사정신.리더십.학습 열의.품성 등도 함께 고려하는 선발이 돼야 하나 현재의 고교 평가자료는 매우 빈약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교에서 우선 학생부 내용을 다양하고 충실하게 기록하고, 고교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교과과정과 활동을 개발하면 그것을 대학이 평가해 반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김남중.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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