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들 국내 항만 투자 '뱃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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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국 업체들이 국내 항만건설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잇따라 밝혀 고질적인 항만 적체 해소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미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은 수억달러 규모의 투자협상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유럽의 세계적인 해운업체들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접촉하고 있다.

◇ 어느 업체가 투자하나=세계 최대 컨테이너 화물 처리 업체인 싱가포르항만공사(PSA)는 부산 신항만에 3억1천만달러를 투자해 25%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 아래 부산신항만㈜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PSA는 8개 신항만에 포함되지 않은 인천 남항에 2억1천만달러 투자를 확정하고 사업자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오는 24일 계약을 하기로 했다.

인천 남항의 PSA측 지분율은 60%로 2003년 완공될 경우 운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양항의 경우는 호주의 하역업체인 P&O포츠와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시랜드가 각각 투자의사를 밝히고 경합하고 있다.

P&O는 1조원 규모의 광양항 2, 3단계 사업에 독점 투자해 아직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은 11개 선석(船席)의 운영권을 모두 맡겠다는 의사를 해양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한 회사에 운영권을 몰아주면 이용료 인상 등 부작용이 생긴다며 광양항 2단계 사업 중 3개 선석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머스크 한국지사의 박규순 부사장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홍콩.북중국 등으로 가는 컨테이너 물량을 광양을 중심항으로 삼아 처리하기 위해 3개 선석을 확보하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마산 신항에는 벨기에의 항만 투자.관리회사인 IPEM사가 투자 의사를 밝혀 왔고, 목포 신항에는 프랑스 업체 2~3개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 왜 투자하려 하나=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에 자사(自社)화물을 고정 취급해주는 부두를 확보하면 화물 유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P&O 한국지사의 김성곤 이사는 "한국은 전세계 해운노선의 동북아 기점 중 하나여서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 이라고 말했다.

예산 지원은 제대로 안되고, 국내 민자 유치도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회사들의 투자는 항만 부족현상 해소에 단비가 될 전망이어서 정부도 대환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항만의 시설 부족률은 11%이며, 특히 컨테이너 항만은 28%나 된다.

해양부 김영남 항만국장은 "외자 유치로 8개 신항만 건설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 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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