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김영현 밀어치기 '휘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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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미는 데는 재간이 없다."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김영현(LG)의 밀어치기를 가리켜 "36계 줄행랑이 최고다" 고 표현한다. 상대가 일단 피하고 반격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떡 버티고 서서 상대를 밀어대는 김영현의 밀어치기에 되치기를 노리거나 맞서다가는 모래판에 무릎을 꿇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골리앗' 김영현이 밀어치기를 앞세워 2000 양산지역장사에 올랐다. 올시즌 세번째 지역장사 타이틀이며, 개인 통산 여덟번째 지역장사 정상이다.

김영현은 19일 경남 양산에서 벌어진 지역장사 결정전에서 8강전부터 단 한판도 내주지 않고 무결점 우승을 차지, 지난 9월 동해장사에 이어 2개월 만에 지역장사 정상에 복귀했다.

결승 상대는 '터프가이' 황규연(신창건설). 황은 8강과 준결승에서 신봉민(현대)과 김경수(LG)를 각각 현란한 발기술로 제압,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첫판 시작과 함께 황규연의 선제 공격이 시작됐으나 김영현이 잘 버텼고 장외로 한숨을 돌린 뒤 다시 시작한 힘겨루기에서 김영현의 밀어치기가 파도처럼 황규연을 덮쳤다.

큰 키(2m17㎝)로 체육관 전체를 버티듯 지탱하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은 황규연에게 한치의 반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둘째.셋째판 모두 김영현의 밀어치기승. 황규연은 잡채기로 맞섰으나 골리앗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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