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로얄케이블 정경자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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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를 누비며 농기계 부품을 수출하는 경남 양산 로얄케이블 정경자(鄭景子.49.여.사진)사장은 이슬람 국가 여성들에게는 희귀(?)한 존재이다.

사회.경제 활동이 크게 제약받는 그들로서는 鄭사장처럼 물건을 팔기 위해 남의 나라를 제집 드나들듯 하기란 상상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출국해 16일 귀국한 경남도 중동.일본 시장 개척단에 끼여 이란을 찾아간 鄭사장은 예초기(풀 베는 기계) 부품 등 2만5천달러어치 수출계약을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아랍 에미리트연합 등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는 농기계 부품이 연간 30만달러어치를 넘는다.

"여자들이 잘 찾아오지 않으니 예의만 갖추면 이슬람 국가 바이어들이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잘 대해 줍니다."

그녀는 이슬람 국가를 찾아갈 때는 검은색 코트와 차도르처럼 검은색 스카프 등을 착용한다. 그리고 바이어와 상담할 때도 깍듯이 예의를 갖춘다. 약속 장소에서 바이어가 찾아오면 먼저 일어나 자리를 권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그녀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남다른 개척정신을 보여왔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부산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그녀는 1990년 전량 수입하던 예초기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로얄케이블 이라는 회사를 차려 예초기 핵심부품인 케이블 개발을 시작했다.

엔진의 동력을 칼날까지 연결하는 이 케이블은 여러 방향으로 구부려도 동력이 전달돼야 하는 특수 케이블로 독일만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자문으로 2년 만에 문제의 케이블 개발에 성공해 예초기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42만원짜리 예초기 한대 값이 2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 케이블로 자동차 부품도 만들어 미국의 GM 등에 납품을 시작했다.

올해 연간 매출목표는 23억원.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주문이 계속 늘어나 내년에는 매출 목표를 30억원으로 올려 잡고있다.

"한꺼번에 너무 쉽게 많이 가지려는 태도가 세상을 어지럽힌다" 는 그녀는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 힘들더라도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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