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탄핵의 날' 박총장 밤잠 설친듯 충혈

국회에서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안이 처리되던 17일. 두 사람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8층에는 하루종일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은 사적인 전화를 일절 받지않고 간부들의 보고도 가급적 짧게 받았다.

朴총장은 이날 평소보다 늦은 오전 9시45분쯤 청사에 출근했다. 밤잠을 설친 듯 다소 충혈된 눈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 관계자는 "몸살 기운이 조금 있어 출근이 늦은 것 같다" 고 설명했다.

朴총장은 최근 부친과의 전화 통화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출입 기자들에게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답니다. 이렇게 환영해 주는 것을 보니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죠" 라며 애써 여유를 보였다.

愼차장은 평소와 같이 오전 8시55분쯤 출근하면서 "아침 일찍부터 수고가 많다. 다음에 얘기하자" 며 사무실로 직행했다. 이날 예정된 기자간담회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김각영 서울지검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것을 의식해서인지 이날은 다른 통로를 이용했다.

검찰 간부들은 "두 분이 특별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며 "평상심을 되찾으려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고 말했다.

이날 대검과 서울지검의 간부들은 거의 모두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탄핵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상황을 보고받았다. 밤 공기같은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국회 상황을 접한 한 간부는 "정치권이 해도 너무한다" 면서 "탄핵안 처리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 정치적 예속을 불러올 것" 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간부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탓하기에 앞서 검찰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애정과 격려가 필요한 것 아니냐" 며 야당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국 검찰의 일선 검사들도 일손을 놓은 채 탄핵안 처리 과정에 관심을 기울였다.

지방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에 대한 개혁은 물론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면서 "통치권 차원의 인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는 자성론을 폈다.

한 부장검사는 "탄핵안 처리 결과에 상관없이 검찰이 너무나 큰 상처를 입어 걱정" 이라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재현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