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구조조정·매각 겉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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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우자동차가 지난 8일 부도 처리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처리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부평공장 가동중단 사태가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협력업체들은 보험료와 세금 등을 연체하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여전히 노조에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을 압박하고 있으나 노조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는 대우차 인수협상에 대한 추가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다.

◇ 부평공장 가동중단 여파〓대우차는 부평공장의 가동중단으로 하루 평균 88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새 1천억원 가까운 손실이 생겼다는 것. 부도 이후 내수판매는 30% 정도 줄었다.

수출도 선사들이 운임 지급을 요구하며 미국 등 현지 항구에 묶어 놓은 차량이 1천8백억원어치에 이른다.

이들 선사는 차량을 압류해 경매 처분하겠다고 통보해와 대우차가 채권단과 긴급 협의 중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외판매법인들이 어려워짐은 물론 본사도 자금 순환이 막힐 수 있다.

직원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부도 다음날인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자진 퇴사를 신청한 직원은 2백53명. 이 가운데 60%가 생산직이다.

대우차에선 지난해 8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한달 평균 1백50명의 직원이 떠났다.

◇ 신음하는 협력업체〓대신기계 등 대우차에만 부품을 공급하는 1백70여개 협력업체 대부분이 휴무상태다.

대우차 2차 협력업체인 세아튜빙은 직원 50명인 자사 부평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업체 D사가 최근 세금과 국민연금.고용보험료 등 1천여만원을 연체하는 등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우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 관계자는 "상당수 협력업체가 어음결제 등 자금수요가 많은 이달말께 부도를 맞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정부는 대우차의 전체 채무 가운데 ▶진성어음(10월 말 현재 1천18억원)은 새 어음으로 바꿔주고▶이미 할인된 어음은 일반대출로 전환하거나 결제를 연장해주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새 어음으로 교체하는 것은 법정관리 개시결정 이후에나 가능해 실적이 없다.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은 14일 현재 대출금 만기연장 7백12억원, 신규대출 5백18억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은 "자금지원도 담보나 보증한도가 충분한 대형업체나 가능하며 어음만 쥐고 있는 중소업체는 소용이 없다" 고 지적했다.

정부는 17일 대책회의를 열고 대우차의 협력업체에 소득.법인세 등 세금 납부를 6개월까지 늦춰주기로 했다.

◇ 우왕좌왕하는 구조조정〓대우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만큼 구조조정도 새 판을 짜야 할 텐데 채권단은 기존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차 경영진 등을 통해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파산될 것" 이라며 노조에 알렸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뿐 이를 다루기 위한 대우차의 노사협상은 아직 없다.

최종학 노조대변인은 "동의서를 낼 수 없다" 고 말했다.

또 일부에선 인천지법이 법정관리 요건으로 노조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인천지법 담당판사는 "법원이 그런 요청을 할 이유가 없다" 고 밝혔다.

대우차는 부도 이후 직원들이 돌아가며 4교대로 일주일씩 쉬는 순환휴직제 도입 이외에 다른 구조조정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 겉도는 매각작업〓GM은 당초 이달 초 예비실사를 마치고 인수 협상 계속 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대우차의 부도 등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아직 GM의 의사 표시가 없다" 고 말했다.

GM은 현재 부도 이후 회사 현황 등 추가자료만을 채권단과 대우차에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는 GM측이 서두를 이유가 없는 만큼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난 뒤에나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택.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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