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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순국선열의 날' 맞아 님들의 넋 기려보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늘은 61돌째 맞는 '순국선열의 날' 이다.

일제에 항거하다 희생된 선열들의 위훈을 기리고자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정한 순국선열 공동기념일이 이날의 모태다.

이처럼 이국땅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도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기어이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1백여년 전 일제에 맞서 국내.외에서 희생적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한 선열들의 순국정신은 시대를 초월한 역사발전의 동인(動因)이다. 아울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필요한 참다운 시대정신이다.

지금 한반도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남북한의 화해분위기 형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도 높아 이제 한반도는 냉전의 상징에서 세계평화의 장으로 그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우리는 오랜 기다림끝에 맞이한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려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주의가 팽배하고 집단이기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경제적 여건도 여의치 않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있어서도 상호간의 사소한 오해와 갈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초한 국가발전과 국민화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국내.외적 여건아래서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으로 국가역량을 결집해야 하며, 이는 우리 민족사에 국난극복의 원동력으로 일관되게 흘러온 민족정기의 회복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족정기는 외세에 맞서 조국을 지켜낸 민족자존.평화애호, 그리고 민족단결의 의미를 지닌 올곧은 민족혼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본격적인 남북화해 시대를 맞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는 독립정신 계승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한정해 온 민족정기 선양사업을 국외 독립운동지역인 중국.러시아.미국 등으로 확대하면서 해외동포와 연계한 역사보존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계승하려는 이러한 민족정기 선양노력은 변화된 남북관계 속에서 민족화합의 장애물인 정신적 갈등을 치유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정신적 통합의 핵심이다.

남북한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독립운동사를 통한 한민족 공동체의 회복이야말로 실질적인 민족통합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민족정기에 내재한 화합정신을 바탕으로 6.25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분단현실을 걸림돌이 아닌 민족웅비의 디딤돌로 삼아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민족은 생존할 수 없다.

새 천년들어 처음으로 맞이한 순국선열의 날에 우리는 오늘의 사표가 되는 애국선열들의 순국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암울한 시기에 희망을 잃지 않고 기어이 국권을 회복한 님들의 용기와 열정을 거울삼아 우리 내부의 불신과 갈등을 벗어버리고 내일을 향해 차근차근 통일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7천만 겨레가 세계사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유배 <국가 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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