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참아도 참을 수 없는 조루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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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중반 K과장은 최근 1~2년 사이에 본인도 모르게 발기강직도가 저하되면서 삽입 후 몇 분을 버티지 못하고 빨리 사정을 하는 증상으로 비뇨기과 병원에 내원하였다.

요즘 들어 치고 올라오는 동료 혹은 아래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양육비등 경제적인 걱정뿐만 아니라, 업무상 흡연과 술자리 등이 늘어났지만 이정도 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예전에 비해 발기력과 성교횟수가 줄어들고 성욕자체가 감소하여 이제는 성관계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두려움까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검사결과 K씨의 경우는 회사생활의 근심, 걱정, 불안, 혹은 부인과의 관계시 불완전한 발기와 빠른 사정의 경험으로 인하여 자기가 성기능장애라고 생각하는 등 심인성발기부전과 조루증이 같이 동반한 경우로 진단되었다.

이처럼 성기능 장애 중 하나인 조루(Premature ejaculaion)는 남성들에게 적잖은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그 폐해는 남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혼남성이라면 부부간 성관계 횟수의 감소로 인하여 여성의 성기능 장애까지 유발 할 수 있으며 이는 이혼의 주요 사유가 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 남성이 조루가 있어도 이를 간과 한다는 점이다. 조루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증상이 나타나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안일한 생각만 할 뿐이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상 성적 장애를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성기능을 자존심의 영역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치료나 원인, 실태 분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것도 이런 사회풍조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조루 환자가 발기부전 환자보다 훨씬 많지만, 조루를 질환으로 여기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성의학회(ISSM), 유럽성의학회(ESSM) 등은 공히 조루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정의한다. 즉 ‘병(病)’이라는 말이다. 조루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정의가 없으나 WHO가 권고하는 개념에 따르면 ‘사정을 수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거나 성교에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만큼 질내 삽입 즉시, 또는 최소의 자극으로 극치감에 도달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병원에선 이러한 증상을 자주 느껴 스트레스까지 동반하면 조루증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성관계 때 남성이 보이는 행동의 변화는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성적 욕망의 단계, 2단계는 흥분을 느끼고 발기가 이뤄지는 단계, 3단계는 발기가 유지되는 안정기, 4단계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절정 단계, 마지막 5단계는 오르가슴 이후 더 이상의 성적 자극이 일어나지 않는 편안한 시점이다. 보통 남성은 안정기 말이나 절정 초기에 사정이 일어난다. 조루 남성이 정상 남성과 다른 점은 이 모든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사실이다.

조루는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그중 하나가 시간개념이다. 시간은 대개 질내 삽입부터 사정까지의 간격을 말한다. 그간 전 세계적으로 1분, 90초, 2분 이하 등 다양한 시간 기준이 제시돼왔다. 특히 세계성의학회가 마련한 기준이 대표적으로 활용돼 왔는데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1분 미만일 경우’를 조루의 첫 번째 조건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1분’은 삽입에서 사정까지를 스톱워치로 잰 시간으로, 성행위를 하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과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삽입에서 사정까지 조루환자 스스로가 느낀 주관적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듯 남자를 주눅 들게 하는 조루. 그 원인도 가지가지지만 해법도 다양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행동요법, 약물치료, 주사요법, 수술적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치료방법으로는 사정 중추의 흥분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물치료(다폭세틴)와 음경의 말단부위로 가는 신경일부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사정을 지연시키는 배부신경차단술이 있다. 이 수술의 경우 정신적인 이상이 없고 행동요법이나 약물치료 등의 반응이 없는 경우 시행되며, 수술 전에 귀두 피부민감도 등 검사를 거쳐 수술해야 한다.

만일 잦은 조루나 발기부전 등으로 정력에 자신이 없는 남성이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정작 본인보다는 상대자인 여성들이 해결방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비뇨기과에 여성의 상담전화나 방문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부인과 함께 전문의를 찾는 것도 치료를 위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렇듯 조루증은 주관적 개인적 차이가 있는 만큼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뇨기과전문의 유정우(타워비뇨기과 원장)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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