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카지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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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래 이탈리아 말로 노래와 춤을 즐기는 공회당을 뜻하던 카지노가 유럽에서 도박장의 의미로 변질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모나코 공국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리말디 가문의 재정악화로 독립주권국을 지탱키 어려워지자 모나코 공국은 타개책으로 1861년 몬테카를로에 거대한 도박장을 열고 '그랑 카지노(Grand Casino)' 란 간판을 건다.

유럽 각처에서 '꾼' 들이 몰려들었다. 지금도 외지인이 카지노에서 뿌리고 가는 돈이 세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모나코의 명성을 이어받아 세계 최대의 '도박천국' 으로 자리잡은 곳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다. 지난 여름 이곳에서 슬롯머신을 당긴 한 한국인이 1백억원이 넘는 잭폿을 터뜨려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잭폿은 허가받은 도박꾼이 내미는 미끼에 다름 아니다.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한국인이 갖다 바치는 돈만 줄잡아 1년에 수백억원은 될 것이라는 현지 한인사회의 추정도 있고 보면 요즘 강원도 산골마을에 불고 있는 카지노 열풍은 차라리 다행인지 모르겠다.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당겨 무늬를 맞추는 슬롯머신에서 두장의 카드로 9를 만드는 바카라, 두장 이상의 카드로 21을 만드는 블랙잭, 주사위 게임인 크랩스, 회전판에 구슬을 굴리는 룰렛에 이르기까지 만국공통 카지노 게임의 승률은 당연히 뱅커나 하우스라고 부르는 업소측에 유리하게 돼 있다.

확률적으로 손님에게 가장 유리한 게임이 블랙잭이고, 다음이 크랩스며 바카라나 룰렛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수학계의 분석도 있다.

미국의 수학자인 에드워드 솔프는 '행운의 공식 : 블랙잭 필승전략' 이란 '논문' 을 1960년 미 수학학회 정기총회에 발표했는데 빌린 돈 1만달러를 30시간 만에 2만달러로 불려 공식의 '우수성' 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말 강원도 정선군 폐광촌에 문을 연 카지노가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헬기를 타고 원정도박에 나서는 사람들까지 있다니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재미삼아 찾는 사람이 많겠지만 갬블링(도박)에 빠져 수천만원을 날린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정신의학자들은 도박중독을 뇌의 충동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일종의 뇌질환으로 보고 있다.

"가장 미련한 사람이 카지노에 와서 돈 따겠다는 사람" 이라는 딜러들의 말도 있지만 카지노는 게임을 즐기는 곳이지 갬블링을 위한 곳이 아니다. 한번 빈 지갑은 채워지기 어렵다.

배명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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