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GS건설] 플랜트 기술·가격 경쟁력 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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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은 경영 전략을 약간 틀었다.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했다. ‘미분양’이란 세 글자가 말해주는, 국내 주택 경기의 부진 때문이었다.

성과는 컸다. 공사 기간을 잘 지키는 데다 기술력까지 갖췄다고 정평이 난 덕에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플랜트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키웠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는 국내 주택사업의 비중이 22%에 불과한 반면 해외 수주는 41%였다. 해외에서만 491억 달러어치의 계약을 따냈다. 그중 76%인 371억 달러는 플랜트 수주였다. 플랜트 가운데서도 정유·석유화학의 규모가 177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어떨까.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보다 51% 증가한 740억 달러어치를 수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플랜트 쪽에 기대가 크다. 일단 중동에서 큰 시장이 선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100억 달러), 카타르 알샤힌(100억 달러), 사우디 라스타누라(80억 달러) 등 굵직한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줄줄이 잡혀 있다.

중동 지역 정유 플랜트 발주 호황은 내년과 후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중동 국가들이 산업구조의 개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원유를 내다 파는 데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구축한다는 게 중동 각국의 최근 정책 방향이다. 둘째,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자동차 연료(휘발유)와 나프타 수요가 앞으로 더 커진다는 점이다. 전 세계 경기 회복과 신흥시장의 경제 발전을 생각하면 휘발유와 나프타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동 플랜트 시장 호황 속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시장지배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한 업체를 꼽으라면 GS건설을 들겠다. 그룹 계열사인 GS칼텍스를 통한 풍부한 정유 플랜트 시공 실적과 2차 정제시설(하이드로 크래커), 천연가스 액화 공정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한 31억1000만 달러짜리 ‘중질유 유동상촉매 분해공정(RFCC)’ 플랜트의 경우, GS건설이 GS칼텍스로부터 발주받아 지었던 것과 같은 설비여서 좋은 견적을 제시해 수주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이미 확보한 중동 지역 플랜트 건설 사업이 많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프로젝트가 몰려 있어 관리비와 기자재 이용비 등을 덜 들일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GS건설은 2009년 국내 건설업체 중 삼성엔지니어링 다음으로 많은 56억 달러의 해외수주를 달성했다. 올해에는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14억 달러짜리 이란 가스 탈황 설비, 5억 달러 규모의 이란 천연가스 액화 플랜트를 포함해 총 79억 달러의 해외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진일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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