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부시찍은 투표지 받아" 부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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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플로리다주에서 수천명의 흑인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이미 부시 후보에 기표된 투표 용지를 건네받았다" 고 주장, 민주당측이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13일자로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민주당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 "마이애미의 리버티시티, 오팔로카와 북서 마이애미 등 저소득 흑인들이 거주하는 많은 선거구의 투표소들에서 이미 부시 후보에게 기표가 된 부정 투표 용지 1만7천여장이 배포됐다는 주장이 나와 FBI에 정식수사를 요청했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고어 후보 지지자들이 많이 사는 마이애미시의 유대인 거주 지역 투표소 한곳에서도 부시 후보에게 미리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됐다는 한 유대인 지도자의 증언을 소개했다.

미 대선과 관련, 부정선거 혐의가 FBI에 수사의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만일 이같은 부정 의혹이 증폭되거나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뜩이나 혼란스런 개표 정국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플로리다 재검표 참관을 위해 현지에 급파된 한 민주당 고위 인사는 "개표과정의 여러 실수를 목격해 왔지만 이번에 밝혀진 의혹은 고어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부정' " 이라고 규정하고 "FBI가 당연히 수사에 나서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의혹 제기가 자칫 인종 차별을 부추기려는 것으로 비춰지는 걸 원치 않는다" 고 강조하고 "선거 부정의 배후에 공화당이 있다는 것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개표과정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투표용지에 두번씩 기표가 돼 무효처리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 마이애미의 '올바른 미국의 길' 이란 유대인 단체의 간부 리사 베르사치는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를 나눠줬다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이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애미의 공화당 선거캠프는 이같은 의혹 제기를 "더러운 사기극" 으로 규정하고 "플로리다에선 어떠한 음모도 없었다" 고 민주당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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