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 정치성향 변화 나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번 미 대선에선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공화.민주 양당에 대한 미국 국민의 기존태도에 변화조짐이 나타났다.

그동안 미 사회의 주류는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이 차지해왔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공화당 정책을 비판하는 문제제기 그룹이란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당은 1992년과 96년 연임한 빌 클린턴 행정부를 제외하고는 한 번

도 재선에 성공해 본 적이 없다.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한 것은 공화당이 실정했거나 공화당의 오랜 집권에 싫증난 유권자들이 변화를 추구할 때와 시기적으로 대개 일치한다.

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76년 지미 카터 대통령도 그런 과정에서 당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유권자들이 진보세력에 더 많은 표를 던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총 득표수에서 4천9백10만8천여표를 얻어 4천8백88만9천표를 얻은 부시를 21만여표 차로 눌렀다.

유권자 지지율 면에선 49%대 48%로 이겼'고 부정선거 시비에 휩싸인 플로리다주를 제외한 각 주별 선거인단수도 2백60대 2백46으로 앞서 있'다.

여기다 가장 진보적 정당인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가 얻은 2백68만5천여표(3%)를 합치면 진보세력에 대한 지지율은 유권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이같은 변화는 현재의 유권자층은 진보적 성향이 강한 베이비 붐 세대가 주류인데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해외 이민자들 유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40년에는 백인보다 이민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을 정도로 미국은 이민자들의 천국이다.

미국 사회의 대표적 소외계층인 흑인들과 함께 상당한 득표력을 갖고 있는 히스패닉.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거 고어를 찍었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미국 유권자들이 변하고 있는 증거" 라고 분석했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