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난 네가 정말 싫어" 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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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비슷한 점이 많은데도 왜 서로를 그리 싫어할까. 뉴욕 타임스(NYT)는 10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두 사람처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계급적 배경을 지닌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TV 토론에서 이들은 서로 경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이 같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점=둘 다 동부 아이비 리그의 명문 예일대 졸업생이라는 것은 잘 알려졌다. 부시가 2년 후배다. 예일대에는 명문가의 자제들로만 이뤄진 '스컬 앤 본즈(Skull and Bones:해골과 뼈다귀)'라는 비밀 단체가 있다. 172년의 역사를 지닌 이 단체는 해마다 신입생 중 15명을 엄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후보 모두 회원이었다. 부시 가문은 3대째 정치가의 맥을 잇고 있으며 동시에 석유로 부를 쌓았다. 케리는 매사추세츠 명문가 출신으로 아버지는 외교관이었다. 사립 명문 고교를 나온 것도 공통점이다. 부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녔던 매사추세츠의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를, 케리는 뉴햄프셔의 세인트폴을 졸업했다.

?다른 점=둘 다 엘리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부시가 '탕아'라면 케리는 '모범생'에 가깝다. 부시는 평범한 개구쟁이 학생이었다.

이에 비해 케리는 학창 시절부터 정치에 대한 열정과 야심이 커 스스로를 '주류 속의 비주류'로 만들었다. 고교 시절 부시는 응원단장이었고 케리는 정치 토론 클럽을 만들어 활동했다.

NYT는 이러한 개인차가 경쟁 이상의 냉기류를 만든다고 두 후보 측근들의 말을 빌려 전했다. 양 진영 참모들은 "두 사람의 경쟁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개인적이기도 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시는 케리를 오만하고 잘난 체한다고 생각하고 케리는 부시가 지적으로 게으를 뿐 아니라 자신에 비해 훨씬 모자라는 인물이라고 깔본다는 것이다. 부시 선거캠프의 한 측근은 "케리를 보면 '아무리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내가 왜 부시 같은 사람을 상대로 토론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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