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뉴욕주 상원의원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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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여성정치사를 다시 썼다. 미국 역사상 퍼스트 레이디가 상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된 첫 사례를 만든 것이다.

힐러리는 이날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득표율 56%대 43%로 경쟁자인 공화당 릭 라지오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뉴욕 타임스는 힐러리가 여성.노동자 계층과 남미.유대인 이민자 등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힐러리는 클린턴 미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상원의원 힐러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힐러리는 또 ▶뉴욕주 사상 최초의 여성상원의원▶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 최초의 의회 입성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미국언론들은 이번 선거로 남편 클린턴 대통령의 그늘을 벗고 힐러리가 단숨에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가 정치적 기반이 없는 뉴욕주에서 상원의원에 도전했을 때 들었던 '뜨내기 정치인' 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고 평가했다.

퇴임 후에도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남편의 후광은 물론 미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노려볼 수 있는 야심과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과정에서는 이같은 야심을 드러내기를 꺼려왔으나 많은 유권자들은 힐러리가 언젠가는 대선 도전의 꿈을 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의 '안방 마님' 이 아니라 첫 여자 대통령으로 백악관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편인 클린턴이 대통령 재임 중에 힐러리가 보여준 행태는 역대 퍼스트 레이디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는 각종 정치 현안과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클린턴의 가장 가깝고 강력한 참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적극성은 오히려 "영부인이 너무 나선다" 는 반감을 사기도 했다. 섹스 스캔들과 관련된 위증혐의로 남편이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우익의 음모" 를 제기해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힐러리에 대한 거부감은 8년의 임기 내내 클린턴을 괴롭혔고 이번 선거에서 감표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힐러리가 앞으로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펴기 위해서는 정치의 본무대인 의사당에서 더욱 세련된 정치력과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힐러리는 이날 당선 수락연설에서 "정당 노선을 넘어 모든 뉴욕사람들에게 발전을 안겨주겠다" 고 다짐했다. 그는 남편에 대한 각별한 감사를 표했지만 고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예영준.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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