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슈] "단군 이전 전설속 인물 치우는 실존인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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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치우(蚩尤). 상고사에 웬만큼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름이다. 전설 속의 인물이랄까.

그러나 이 인물을 역사 속의 실존인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단군(檀君)의 실체에 대한 의문도 다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 그보다 더 오랜 인물을 역사 속으로 불러오는 일이어서 한바탕 상고사 논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치우 다시 보기' 에 앞장 선 단체는 지난해 말 창립한 사단법인 한배달(회장 이규행)의 치우학회다.

최근 치우학회는 '한국 상고사와 치우' 를 주제로 첫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치우는 살아있다(실존인물)" 고 못 박고 앞으로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규행 회장은 "역사.고고.민속.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통해 치우가 명확한 우리의 조상이고 고조선이나 고구려와 맥이 이어지며,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나라와 동북아의 상고사가 다시 쓰여져야 한다" 고 일갈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회장의 이같은 선언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문헌연구의 성과들도 소개했다.

역사학자 박성수(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씨는 '치우천왕과 민족사관' 에서 일제의 신민사학에 의해 치우.단군 등 상고사의 주역들이 어떻게 왜곡됐는지 실상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역사문제연구소 오정윤 연구원은 '치우에 관한 한.중 기록 분석' 을 통해 치우를 살렸다.

여기서 오씨는 "우리의 '삼성기' 신시역대기(神市歷代記)에 치우는 BC 2706년에 임금의 자리에 올라 BC 2598년에 물너날 때까지 1백9년 재위하였으며, 중국의 '죽서기년(竹書紀年)' 과 '제왕연대력(帝王年代曆)' 에는 BC 2698에 임금에 올라 BC 2599년에 물러날 때까지 1백년동안 재위한 것으로 적혀있다" 고 밝혔다.

이밖에 최초로 금속병기를 만든 인물로서의 치우(이화여대 박물관 나선화 학예실장)와 중국의 치우 유적과 연구동향(중국 삼조문화 연구회 조육대 부회장) '도깨비 형상 등 민간설화 속에서 살아 있는 치우의 모습(가천박물관 윤열수 학예실장)'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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