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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관련 홈페이지 만든 최경석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아내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제가 터득한 노하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동병상련의 위로도 얻고 싶었구요. "

쇼그렌증후군에 걸린 아내의 질병치료를 위해 홈페이지(http://my.dreamwiz.com/sjogren)를 만든 최경석(33.인천시 부평구)씨의 사연이다.

쇼그렌증후군이란 얼굴에 홍반이 생기고 근육의 힘이 빠지며 눈물과 침이 마르는 원인불명의 불치병. 국내엔 수십명의 환자만 있는 희귀질환이다.

"의사들도 잘 모르더군요. 국내 전문가도 몇 안되구요. 의학교과서는 물론 인터넷사이트를 샅샅히 뒤졌지만 한글로 된 자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인터넷사이트를 찾아 영어를 번역해 올렸습니다."

최씨에게 불행이 다가온 것은 97년 3월로 신혼여행에 다녀온 직후 아내의 얼굴에 갑자기 홍반이 생기고 목의 림프선이 붓기 시작했다.

동네의원을 전전하는 등 5개월 동안 찾아 헤매다 겨우 K대병원에서 쇼그렌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희귀질환자의 설움을 직접 경험한 최씨는 컴퓨터 문외한이었지만 8월 회사 동료들의 도움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어려운 영어문장의 해석은 아는 영어선생님께 부탁했다.

홈페이지의 제목은 올해초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딴 '병준이네 집 이야기' .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벌써 3백40여명의 방문자가 이곳을 찾았다.

게시판엔 이름 모를 시민으로부터 종합병원 내과 의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격려의 글을 올려놓은 상태.

아내의 간호를 위해 3월초 회사를 그만뒀다가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9월 다시 모반도체장비회

사의 관리직원으로 입사했다.

최씨는 "임신한 아내가 건강한 아기를 위해 항말라리아제와 진통소염제를 끊고 스테로이드제제만 복용할 때 가슴이 아팠지만 덕분에 건강한 아들을 낳을 수 있었다" 며 간호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젠 쇼그렌증후군 치료제의 부작용을 꿰뚫고 있을 정도로 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엔 그가 발로 뛰어 알아낸 쇼그렌증후군의 국내 전문가 리스트와 최신 치료법, 약물의 부작용 등을 올려 놓았다.

다행히 아내는 현재 증상이 많이 좋아진 상태. 그러나 여전히 침이 말라 국이 없으면 밥을 삼키지 못하고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누액을 넣어야 한다.

팔과 다리의 힘이 빠져 병준이를 안지도 못한다. 설거지 등 집안 일도 근근히 해내는 상태.

하지만 의학이 발달해 쇼그렌증후군의 최신 치료법이 인터넷에 뜨리란 희망 하나로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를 열심히 뒤지고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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