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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욕등 '3욕' 즐길 수 있는 비바크 산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복잡다단한 생활에 시달리는 도시민의 가장 큰 욕망 가운데 하나는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리라.

그래서 문명과 단절된 산속에서 침낭 하나만 갖고 하룻밤 지내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1996년 창립한 예티산악회(02-725-7498·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는 이러한 비박 위주의 산악활동만을 고수하고 있다.

조재문(51)회장은 “선배의 권유로 3개월 정도 비박을 해 보니 잔병 치레를 많이 했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비박산악회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고요한 산속에서 혼자 밤을 지내다 보면 앞만 보고 뛰어왔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고 ‘삼욕(三浴=삼림욕·월광욕·풍욕)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조회장의 지론이다.

예티산악회는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으로 산행을 떠난다. 그중에서도 잣나무가 밀집해 있는 명지산 등 가평군내의 산을 즐겨 찾는다. 요즈음에는 낙엽이 많아 상쾌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한다.

산악회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5년 동안 회원이 60여명밖에 안될 정도로 매니아들만 참가하고 있다.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초반이다. 허영만 화백 부부도 최근에 자주 나오는 회원중 하나다.모든 경비를 공평하게 분담하며,주로 기차를 이용한다.

김혜경(49·국민카드 마포지점장) 총무는 “비박은 사계절 모두 맛이 다르지만 마른 낙엽에 산이슬이 내려 독특한 향기가 코를 자극하는 요즈음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며 “낙엽 침대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쳐다보면 자연과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비바크에 대해 극찬한다.

현재 안내산행단체의 대부분은 무박 산행을 선호하고 있다.1980년대 중반부터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 산행 패턴도 획일적인 무박 산행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바뀔 전망이다. 특히 비박산행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등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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