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과학영재들 ‘원전 연수’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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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한 것을 계기로 국내 고교 교육이 해외로 수출된다. UAE 과학 영재들이 국내 기술 전문 고교에 와 연수를 받고, 고교 교사가 UAE 현지로 가서 수업을 하는 것이다.

수도전기공업고(수도공고)를 운영하는 한국전력 관계자는 31일 “UAE 과학기술고(IAT·Institute of Applied Technology) 학생 50명이 올여름 수도공고를 찾아와 4주 과정으로 전력 관련 기술을 배우게 된다”며 “앞으로 매년 IAT 학생 50명이 수도공고에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IAT는 UAE 왕족이 운영하는 과학 영재 학교다. 이 학교 학생들은 6~8월께 수도공고에서 전기·기계 관련 과정(각 25명)으로 나눠 총 120시간의 교육을 받게 된다.

UAE 측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력과 기계를 운용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한국 측에 고교 수준의 교육기관 간 교류를 요청했다. 한전 관계자는 “UAE 측은 관련 분야 고교 강좌 개설과 교과 과정 및 교재를 제공해 줄 것을 희망했다”며 “한전이 수도공고를 세운 재단인 데다 졸업생들이 원전에서 전력 운용 업무를 많이 맡기 때문에 연수처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원전이 설치되면 관련 운용 인력만 7000~8000명이 장기간 필요하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수도공고 황해룡 교사는 “현직 교사가 조만간 UAE로 가서 IAT 학생들을 지도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최초로 고교 교육을 UAE에 수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수도공고에서 연수를 받은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2012년 원자력교육원에 다시 와 원전 기술도 추가로 배우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본국으로 돌아가 능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한국에 다시 와 세부적인 원전 기술을 배우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고교 간 교류가 성사된 데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대한 UAE 왕족의 관심이 컸던 것도 작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수도공고 측은 교사 한 명이 IAT 학생 한 명을 주말에 집으로 불러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하루에 다섯 번 기도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이슬람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에 기도실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강성봉 직업진로교육과장은 “이슬람 학생들이 대거 국내 고교에 와 교육을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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