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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주사 약효 과연 믿을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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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회사원 박모(46)씨는 만성 피로 때문에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을 찾았다. 박씨는 “잦은 음주로 간이 나빠져 얼굴이 검어진 것 같다”고 호소했고 의사는 태반주사를 맞을 것을 권했다. 간 기능을 개선해 피로를 해소하고 얼굴을 희게 한다는 설명이었다. 박씨는 4만원을 내고 주사를 맞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70대 여성 박납순씨는 지난해 11월 급성 신장염으로 열흘가량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 후 식욕이 줄고 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태반주사를 맞았다. 박씨는 “유명 가수가 효과를 봤다고 해서 기운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맞았다”며 효과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렸다.

태반주사는 기운을 돋우고 피부를 좋게 한다고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14개 제품이 퇴출된 데 이어 최근 5개 제품이 판매 정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경남제약의 태반주사 ‘플라젠’ ▶광동제약 ‘휴로센’ ▶구주제약 ‘라이콘’ ▶대원제약 ‘뉴트론’ ▶드림파마 ‘클라틴’ 등 다섯 가지 제품을 2월 초부터 두 달간 판매 정지한다고 31일 밝혔다.

식약청 바이오의약품정책과 김광호 과장은 “5개 태반주사제가 약효 재평가 마감 시한(2009년 12월) 내에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판매 정지했다”며 “녹십자의 ‘라이넥 주’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효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판매정지 기간 중에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재시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광동제약의 ‘휴로센’은 판매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해 계속 판매된다.

광동제약 이정백 상무는 “임상시험 참여자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기한 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자료 제출 마감을 앞두고 동광제약의 하라쎈이이치, 한국비엠아이의 랙스진, 지씨제이비피의 라에넥주사액 등 3개 품목은 허가를 자진 반납했다.

태반주사제는 사람의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한 뒤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약이다. 2003년까지 37개 제품이 갱년기 장애와 간 기능 개선용 약품으로 허가를 받고 판매해 왔다.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일본 자료를 근거로 허가했다. 미국에서는 시판되지 않는다.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못해서다.

국내에서 태반주사제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만병통치약처럼 남용되자 식약청이 약효 재평가에 들어갔다. 제약회사들이 임상시험을 해 효능을 입증하도록 했다. 지난해 3월 28개 제품에 대한 1차 조사에서 5개는 효과가 없었고, 6개는 제약회사들이 허가를 자진 취소했다. 17개만 효능이 입증됐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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