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효과’ 실종됐지만 … “펀드 들어갈 기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하는 사실상의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카고 로이터=연합뉴스]

“2010년 연초에 주가가 오르는 ‘1월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사이,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전망을 많이 내놨다. 우리 기업들 (2009년) 4분기 실적이 좋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과 미국의 금융규제안 발표가 뒤통수를 쳤다. 이른바 ‘G2(미국·중국) 리스크’다. 1월 마지막 장이었던 지난달 29일 코스피 종가는 1602.43으로, 지난해 12월 30일(1682.77)보다 80.34포인트(4.77%) 빠졌다. 지난달 22일(1684.35)과 비교해 6거래일 만에 119.58 포인트 떨어졌다.

2월은 어떨까. 이에 대해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굳이 방향을 잡자면 비관론에 다소 힘이 실린다.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한 데 따라 반등은 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2월 내내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도 “지금이 주식형 펀드에 들어갈 기회”란 의견이 많았다. 금융위기와 같은 깊은 골을 지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부 큰손들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틈을 이용해 지난주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를 사들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2월 증시는 안갯속=시장 상황을 제쳐놓고 기업 하나 하나를 평가하면 살 만한 주식이 많다. 우선 올해 상반기 수출 호조가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주가가 많이 빠져 저평가 정도도 심해졌다. 현재 한국 유가증권 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은 9.5로 13~19인 주요국 증시보다 낮은 수준이다. 돈 벌 수 있는 기업을 싸게 살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악재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라 각국 정부가 풀었던 돈줄을 죄기 시작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중국의 지준율 인상에 최근 국내 증시가 출렁한 게 그런 예다. 신한금융투자 최동환 연구원은 “아직 바닥을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주에 지수가 많이 빠졌지만 어느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위기는 기회=지난주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1685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이후 계속 썰물처럼 빠지다 9주일 만에 순유입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기금과 개인 큰손들이 펀드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수가 더 떨어질 수 있지만 바닥이 깊지는 않다고 보고 투자를 재개한 것이다.

투자는 주로 대형주 펀드에 몰렸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펀드는 ‘KB 코리아스타 증권투자신탁(주식) 클래스 A’(433억원 순유입)와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증권투자신탁 1(주식)(A)’(415억원)이었다. 유가증권 시장의 대표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증시가 저평가됐을 때는 실적이 좋은 대형주들부터 오른다는 판단에 큰손들이 대형주 펀드를 주로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이재경 펀드파트장은 “개인들도 국내 대형주 적립식 펀드 투자를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2월에는 증시에 일부 출렁임이 예상돼 목돈을 한꺼번에 펀드에 넣는 것보다, 조금씩 투자금을 늘려가는 적립식 펀드를 택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론 주가 급락에 따른 반등이 있을 것이고, 중기적으론 실적 호조에 따라 지수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며 “주식을 갖고 있다면 손절매를 하기보다는 반등 때 매도 기회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