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현대건설 경영권 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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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이 자력으로 부도를 막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현대건설 대주주에게 감자(減資)와 출자전환 동의서를 요구하기로 했다.

동의서를 받으면 현대건설이 끝내 부도위기에 몰릴 경우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를 정몽헌(鄭夢憲)회장에서 채권단으로 바꿔 채권단 주도로 회사를 살려나갈 방침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사실상 경영권 박탈을 뜻하는 감자 및 출자전환을 피하려면 현대건설 단일회사뿐 아니라 정몽헌 회장의 혈족회사를 포함한 현대그룹 차원의 자구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은 5일 제일.평화은행장을 제외한 9개 시중은행장과 산업은행 총재.농협 중앙회장 등 11개 채권금융기관장을 소집해 지난 3일의 부실기업 판정결과를 점검하고 이같은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李위원장은 발표 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건설이 계열사 지분이나 부동산을 팔겠다는 자구계획은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만큼 그룹차원의 자구계획이 필요하다" 며 "공정거래법이나 소액주주의 반발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현대측이 찾아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의 형제나 혈족 계열사 등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현대건설측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설명했다.

한편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5일 계열사 사장단과 친족 관계사 경영진을 잇따라 접촉하고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자구책을 확정짓지 못한 채 진통을 겪었다.

현대 관계자는 "정부.채권단이 계열.관계사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鄭회장이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에게 지원을 요청,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현대는 그러나 이날 鄭회장 주재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했으나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김충식 현대상선 사장.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이 참석한 반면 협조가 필요한 현대전자.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시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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