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드라마팬들이 첫손에 꼽는 작가 김수현씨(57)와 동세대 시청자들의 매니어적 지지를 받는 작가 노희경씨(34)가 나란히 신작 단막극을 내놓는다.
SBS는 창사 10주년 특집극으로 김수현씨의 3부작 '은사시나무' (곽영범 연출.14일 밤 8시50분)와 노희경씨의 2부작 '빗물처럼' (이종한 연출.12일 밤 9시50분)을 준비했다.
통속적인 세상살이의 정곡을 꿰뚫는 대사로 이름난 김수현씨는 최근작 '청춘의 덫' 과 '불꽃' 에 이르기까지 흥행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
노희경씨는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바보같은 사랑' 등 고독한 인물군상을 특유의 대사로 그려내면서 저조한 시청률에 아랑곳없이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나이로는 20여년, 작가경력으로는 3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을 나란히 논하기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들 드라마의 공통된 특징인 대사의 감칠맛과 특히 단막극에서 두드러지는 인간사의 밑바닥에 밀착한 관심 덕분에 두 작가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워 보인다.
미니시리즈 등에서는 호평과 악평을 동시에 받아온 김수현이지만, 장기이식을 소재로 한 지난해 SBS창사특집극 '아들아 너는 아느냐' 등 동시대 가족의 현안을 발빠르게 포착한 그동안의 단막극이 준 감동에는 평자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노희경 역시 방송사 안팎에서 작가적 역량을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돌연한 병으로 먼저 죽는 며느리의 이야기인 1996년작 단막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을 통해서였다.
김씨의 '은사시나무' 역시 가족 이야기. 배경은 소도시의 전직 우체국장(이순재)의 5년 전 죽은 부인 제삿날. 명예퇴직 당한 장남(한진희)과 그런 남편을 내내 비웃는 큰며느리(박정수), 덜렁거리는 차남(이덕화)과 남편에게 맞은 듯 눈가에 멍자국을 달고온 둘째며느리(견미리)등 저마다 사연을 안고 찾아든 2남3녀를 통해 이른바 '고개숙인 아버지' 의 내면을 그려낸다.
노씨의 2부작 '빗물처럼' 은 어린 시절 화상의 상처로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한 선창가 단란주점 여종업원(배종옥)과 유학에서 결혼까지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오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대학강사(정웅인)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
여간해서는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기 힘든 '칙칙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두 작가가 어떤 감동을 전해줄지 궁금하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