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바깥비판 무시하는 민선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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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런 저런 비판에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시민들이 우리 편입니다. "

2일 오전 월례조회가 열린 대구시청 회의실. 직원들을 다그치기로 소문난 문희갑(文熹甲)시장은 이날도 처음부터 톤을 높여 나갔다. 그러나 이날은 시 직원의 '무사안일' 이 아니라 '바깥의 비판집단' 을 질타하고 있었다.

"그들이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풀 한포기, 돌 한덩이 심지 않은 사람들이 비생산적인 비판만 일삼고 있습니다…. "

30분을 넘긴 훈시는 "쓸데 없는 비판에 흔들리면 시민들을 위해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 는 말로 맺어졌다. 회의가 끝나자 시 직원들은 文시장을 자극한 이른바 비판집단의 정체를 놓고 얘기꽃을 피웠다.

대다수 직원들은 文시장의 잦은 해외순방에 대해 최근 '외유냐 외교냐' 는 식으로 비판을 가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들을 어렵잖게 지목했다.

사실 文시장의 해외순방은 좀 잦은 편이다. 올들어서만 8번째인 데다 두번씩 출국한 지난달의 경우 거의 20일을 해외서 보냈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되자 文시장은 "편하기를 바란다면 교전상태의 중동지역에 나가 그 고생을 했겠느냐" 며 답답해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지하철공사장 붕괴사고가 터진 날에도 중국 출장을 강행했을 때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느낌이 개운치만은 않다.

당시 文시장 출국 직전 시 간부들은 공항에서 지역 언론사에 전화해 "외교의전 등의 문제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며 설득작업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대구발전을 위한 文시장의 열정과 충정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수긍하는 편이다.

그래도 전직원을 모아놓고 바깥 얘기에는 귀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선(善)의 독점' 의식이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대구를 위해 풀 한포기 심지 않은 사람은 입을 닫으라' 는 것은 '손수 곡식을 심지 않은 사람은 밥을 먹지 말라' 고 말한 옛 중국 허자(許子)의 오류에 다름 아닌 것을 文시장은 아는지.

정기환 기자.영남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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