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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정동길 문화나들이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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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주말나들이라고해서 꼭 멀리 떠나야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서울 시내에도 모처럼의 나들이를 풍성하게 해줄 곳들이 많다. 서울 한 복판의 덕수궁과 정동길. 낙엽길의 정취도 여전하지만 특히 올해는 여간해 보기 힘든 크고작은 문화행사가 많이 열려, 가족.연인들의 나들이 장소로는 제격이다. 단,차는 놓고 가자.

◇덕수궁=지금 오르세 미술관 한국전 ‘인상파와 근대미술전’과 스페인 고야 박물관 소장품인 ‘고야 판화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1·2층에서 열리는‘인상파’전(내년 2월27일까지)에선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져온 밀레의 이삭줍기,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를 비롯해 인상주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모네의 ‘생 라자르 기차역’입체주의의 문을 연 세잔의‘바구니가 있는 정물’등 70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 오후에는 정문에서 표사는 데 1∼2시간,미술관에 입장할 때 30분쯤 줄을 서야 해 가능하면 오전관람을 권하고 싶다.일반 1만원·청소년 8천원·어린이 6천원. 오전9시∼오후 4시30분 개관.(02-501-9760)

3·4층에서는 ‘고야:얼굴,영혼의 거울전’(내년 1월28일까지·무료)을 볼 수 있다.‘나체의 마야’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코 드 고야(1746-1828)의 판화전이다.스페인 국립판화박물관 소장품 중 1백60점을 4개 주제별로 전시한다.

관상학에 연구가 깊었던 고야의 인물과 표정에대한 탐구,다양한 판화기법,전화에 휩쓸린 시대상 등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어린이나 임산부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전쟁의 참화나 투우장의 참사,광기에 휩싸인 사회분위기와 토막난 시체 등 섬찍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02-779-5310)

정문인 대한문 앞에서는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이어진다. 덕수궁(미술관 포함)은 월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

◇정동길=덕수궁을 오른쪽으로 끼고 이어진 돌담길은 서울시 선정 ‘10대 걷고싶은 길’의 하나로 꼽혔다. 일제가 1922년 덕수궁 서쪽의 선원전을 헐어내고 만든 아픈 역사가 감춰져있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며 돌담과 궁안의 키 큰 나무들,길가의 가로수들이 제법 어울린다.

대한문에서 정동거리 중앙의 분수대까지는 느티나무·은행나무,분수대 주변에는 살구나무.감나무, 여기서 경향신문사까지는 은행나무 등 모두 2백50여 그루의 가로수가 가을분위기를 돋운다. 분수대에서 구세군 본영·덕수초등학교로 빠지는 덕수궁 뒤편 돌담길은 길 자체는 좋지만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정동극장=다리 쉼은 정동극장에서 하자.5일부터 탤런트 강부자씨의 ‘오구’가 시작된다.초상집을 배경으로 이승과 저승, 다양한 인간군상을 해학적으로 그리는 전통극으로 89년 초연이후 꾸준한 인기를 모아온 작품이다. 중장년층과 외국 관람객이 많다는 것도 특징.

관람료는 2만∼5만원. (02-773-8960) 정동극장내 찻집 ‘토담’에선 쌉싸름한 십전대보탕과 국화차.모과차 등을 마실 수 있다.

◇스타식스 정동=구 러시아공사관(상세한 안내는 46면)과 예원학교.성프란치스코 교회를 지나면 스타식스정동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입주한 난타전용극장(02-739-8288)에서는 요리사들의 타악 퍼포먼스 ‘난타’가 사시사철 열린다.

영화관(02-2004-8000)에서는 사이렌·러브 오브 시베리아·하면된다·스토리 오브 어스·공동경비구역 JSA 등 5편을 상영 중이다.

먹거리는 이 근처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스타식스 앞 도로변엔 브라질 숯불바베큐 레스토랑 이빠네마, 한식당 희래정,징기스칸요리 서라벌, 일식당 월촌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경희궁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우리나라 최초의 스파게티 전문점 비스(02-722-0520)와 아지오(02-720-1211)가 있다.

◇경희궁 근린공원=신문로에 자리잡은 경희궁 근린공원에선 국제 미디어 종합축제인‘미디어 시티 서울 2000’이 오는 15일까지 연장 전시 중이다. (02-772∼9847).1만원 하던 입장료를 어른 4천원,고교생(학생증 제시)이하는 무료다.

시립박물관에서 열리는‘미디어 아트 2000’에선 빌 비올라,브루스 나우만 등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서울 600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전이 제격이다.

시립미술관의‘디지털 앨리스’전은 어린이들이 놀이를 즐기면서 디지털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기다.

여기까지 온 김에 시립미술관 뒤편에 새로 복원한 정전(正殿)인 숭정전도 둘러보자. 뜻밖에 찾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가을정취를 느끼기에 아주 좋다.

조현욱·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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