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염치모르는 시·군의회 의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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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북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회장 朴壯烈 충주시의회 의장)는 30일 진천군의회 회의실에서 월례모임을 갖고 의장단활동비 인상 건의문을 채택, 충북도지사에게 제출했다.

의장단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시.군의회 의장단 연간 활동비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지방의회의 위상 및 원활한 의정활동 수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최소한 부단체장 수준 이상으로 '현실화' 해줄 것을 요구했다. 24일 열린 전국 시.군의회 의장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결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한심하다" 는 반응이다.

의정참여시민연대는 의장선거 금품수수 사건땐 자체징계에 인색했던 점을 거론하며 "활동비 자체가 낭비성으로 지출되는데 이를 올려달라는 것은 의회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발상" 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단체장의 연간 활동비는 시장 7천2백만원, 군수 4천8백만원, 부시장 5천1백만원, 부군수 3천3백만원으로 전국 공통이다.

이에 비해 시(군)의장은 연간 2천7백60만(2천40만)원, 시(군)부의장은 1천2백만(9백60만원)원에 불과하다.

액수만 놓고 보면 의장단들이 의회 위상 차원에서 활동비 인상 문제를 접근하는 이유를 이해할만도 하다.

이들은 단체장들만큼이나 자주 행사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하는데 그때마다 금일봉을 전달하거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쩔쩔매기 일쑤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문제는 활동비 인상으로 의회위상이 절로 올라갈 리 없다는 데 있다. 지금껏 관광성 해외연수나 숱한 자질시비 등으로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켜온 지방의회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든가 예산낭비 감시 등 본연의 임무를 논하지 않더라도 연간 회기가 80일인 기초의회에서 의장단의 공식활동은 부단체장에 훨씬 못미친다는 단순논리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일 정도다.

따라서 부단체장만큼 활동비를 요구하려면 마땅히 공부하고 일하는 의원상을 보여주는 등 그만한 자격이 있음을 먼저 입증해야 할 것이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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