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케리 살얼음판 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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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혼전이다. 선거를 3주 앞두고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들은 올해 선거가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500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고, 다른 여러 개 주에서도 수천표 이내로 승패가 결정됐던 2000년 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공화당 부시 대통령에게 크게 뒤지고 있던 민주당 케리 후보는 TV토론회를 최대한 활용해 대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 갈수록 격렬해지는 토론회=지난 8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벌어진 제2차 TV토론회에서는 북한 핵, 주한미군 감축, 이라크 정책, 일자리 문제, 줄기세포 연구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두 후보가 공방을 벌였다. 특히 지난주 1차 토론에서 참패한 부시 대통령은 단단히 작심한 듯 사회자인 ABC방송의 앵커 찰스 깁슨이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만류하는데도 "나의 반대자(케리)가 방금 한 얘기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서 반론을 펴는 등 토론회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반면 민주당의 케리 후보는 "이 정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 "대통령, 당신은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느냐"라는 등 대놓고 부시를 공격하면서 감정을 자극했다.

제2차 토론은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선정한 부동층 유권자 140명이 미리 질문서를 제출하고, 현장에서 직접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타운홀 미팅'방식으로 진행돼 열기가 더했다.

NBC 방송의 명 앵커 톰 브로커는 "이번 대선 토론회를 통해 더 이상 TV토론이 시시하다는 얘기는 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유권자들은 이슈들에 대한 각 후보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ABC 방송의 조사 결과 민주당 케리 후보는 2차 토론회에 대한 평가도 약 44%대 41%로 부시 대통령을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3차 TV토론은 오는 13일 애리조나주에서 국내 정책을 주제로 열린다.

◆ 또다시 거론된 북핵=1차 토론회에 이어 북핵 문제가 또다시 거론됐다. 민주당 케리 후보는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방치하는 바람에 전세계는 더 불안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벙커버스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면서 다른 나라에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얘기하니 그게 먹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고 케리가 얘기하는 대북 양자 방식은 순진하고 위험하다"면서 "북핵 사태는 외교적으로 해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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