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710억 안양시 ‘100층 청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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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가 신청사를 100층짜리 복합건물로 짓기로 해 논란이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2018년까지 현재의 청사 부지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스카이 타워)을 지어 행정청사(안양시·시의회·동안구청),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센터, 호텔, 시민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공사에 들어가 2018년 완공할 계획이다. 공사 기간 동안 안양6동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리모델링해 청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안양시는 다음 달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예상 사업비는 2조2349억원(토지비 7349억원, 건축비 1조5000억원)이며, 국내외 민간자본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 복합건물은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물이어서 경기도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의 호화 청사가 문제되는 시점에서 안양시가 갑작스럽게 건립계획을 내놓자 경기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양의 랜드마크=박성순 안양시 기획팀장은 “현 시청사 부지는 6만736㎡이지만 용적률은 54.5%에 불과, 평촌 신도시의 노른자위 땅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신청사를 개발할 경우 용적률 1000%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양시는 공사 기간 동안 4만2000명의 고용창출과 3조6000억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완공 후에는 1만 명 이상의 상시근무자와 하루 5만 명 정도의 유동인구로 5년간 3470여억원의 재정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필운 시장은 “건물 대부분을 비즈니스센터, 시민 문화공간 등으로 사용하고 행정청사는 일부에 불과해 호화 청사와는 거리가 멀다” 고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은=서울 잠실과 상암·용산, 인천 송도, 부산 해운대 등 국내 10여 곳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막대한 건축비 조달 문제로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평촌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인구 61만 명의 시세(市勢)를 감안할 때 100층짜리 초고층 건물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시청 건너편의 4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2개 동에도 빈집과 상점이 많다는 것이다. 1조5000억원의 건축비를 대겠다고 나설 업체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상한 수익이 안 나올 경우 안양시가 차액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김성균 안양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집행위원장은 “1996년 완공돼 14년밖에 안 된 지하 2층·지상 8층 건물을 허물고 새 청사를 마련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용”이라고 비난했다.

안양시의 재정자립도는 91년 90.6%에서 2001년 72.5%, 2005년 66.9%로 낮아졌고 지난해는 65.3%를 기록했다. 안양시는 광역상수도 설치와 체육공원 조성 등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진 빚이 지난해 말 현재 710억원에 이른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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