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도 결국 ‘스펙’ 좋은 학생 뽑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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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국 40개 대학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집행결과 보고서’에는 ‘우수사례’란 공통 항목이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해 대학이 어떤 학생을 선발했는지를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과도한 ‘스펙’ 경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된 원년(2008년)에는 어떤 학생들이 뽑혔을까.

연세대는 인재육성프로그램전형의 선발사례로 A씨를 제시했다.

“…A군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이었으며 영어 및 일본어에서 높은 성적을 얻어 어학 능력에서도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철인경기를 완주할 정도의 체력을 바탕으로 토론·발표 및 글쓰기 능력에 기반한 다양한 전국대회 수상 실적, 학급 임원 활동과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

또 다른 합격자 B씨는 경시대회인 ‘한국물리올림피아드’ 금상을 수상한 경력이 선발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됐다. “고등학생인 C군은 드물게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학생이다.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투병하는 것을 계기로 신경세포나 혈관세포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대목도 있었다.

경희대는 세 명을 소개했다. 그중 D씨의 경우 ▶봉사활동 710시간 ▶밝은사회클럽 국제본부 총재상을 비롯해 한국청소년연맹 등에서의 10회 봉사상 ▶부총학생회장 및 총학생회장 등의 경력을 갖추고 있었다. 입학사정관은 “봉사활동 실적 외에 전교 학생회장 및 임원으로서의 리더십, 교외 토론경시대회, 교내 영어경시대회 등 수상 경력이 있는 다재다능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는 기초생활수급권자·농어촌 학생·특수교육 대상자(이상 115명)와 외국인에 한해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했다. 이 중 기회균형선발전형에 합격한 충북 옥천군 출신의 Q씨는 한때 학업 성적이 ‘전교 꼴찌’였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동생과 보육원에서 생활…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 당시 겨우 한글을 읽을 수 있어 전교 꼴찌를 했을 정도. 그러나 이후 혼자 학교에 남아 공부해 상위권 성적 유지. 어려운 환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학교 생활에 임해 학생회장으로 활동. 1차 서류 검토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 이런 판단에는 교사의 추천서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울대는 보고서에서 “자기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선발 배경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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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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