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끄는 천안시립합창단 팝페라팀 “감미로운 화음에 결혼축가 요청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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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립합창단 팝페라팀. 왼쪽부터 김성호·이상경·정찬욱·이성광씨. 아래 사진은 지난해 말 자원봉사자 송년행사 공연 모습. [조영회 기자]

“오, 나의 사랑스런 그대여. 나는 오랫동안 쓸쓸히 당신을 구하고 있었소. 많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는데, 당신은 지금도 나의 것일까? ”

영화 ‘사랑과 영혼’ 타이틀곡 ‘언체인드멜로디(Unchained Melody)’가 흘러 나온다. 지난 22일 천안 직산 서북구청 내에 있는 천안시립합창단 연습실. 합창단 내 팝페라팀의 새 레퍼토리 연습이 한창이다. 테너 2명, 바리톤 그리고 소프라노로 구성된 이 팝페라팀은 2008년 대중적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조직됐다. 2년여 간 월 두세 차례 공연해 이젠 시민들 귀에 익숙한 팀이 됐다.

“남성 4인조 팝페라 그룹 ‘일 디보’(2003년 결성)가 대중적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우리도 좀 더 친숙한 곡을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싶어 조직했다.” 팝페라는 키메라에 의해 1988년 서울올림픽때 소개된 장르로 일 디보 출현 이후 우리나라에도 ‘비바보체’‘라스페란자’등 남성 4인조가 구성되기 시작했다.

박청식 단무장은 2중창으로 자주 출연하던 이상경(소프라노·31)·정찬욱(테너·34)팀과 김성호(테너·41)·이성광(바리톤·41)팀을 합쳐 팝페라팀을 새로 짰다.

2년전 흥타령 축제 때 첫 선을 보였다. 영화 ‘미션’ 주제곡 ‘Nella fantasia’를 불렀다. 반응은 좋았다.

정씨와 이씨가 부르는 감미로운 사랑의 남녀 2중창 ‘Take me as I am’(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은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성호씨는 “남성 4인조에 비해 혼성 4인조는 선곡과 연습에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며 “그렇지만 남성끼리 부를 수 없는 ‘A love until the end of time’ 등 사랑의 2중창을 부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팝가수 모린 맥거번이 함께 불러 유명하다.

시립합창단 상임단원인 이들 4명의 노래 경력은 화려하다. 2001년 시립합창단에 들어온 김성호씨는 현재 배방감리교회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다. 김씨보다 합창단 3년 ‘고참’인 이성광씨는 푸른교회 성가대를 지휘하며 충남남성합창단 반주를 돕고 있다. 2003년 정찬욱씨와 함께 합창단에 들어온 이상경씨는 팝페라팀의 홍일점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있다. 정씨도 서울신학대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다.

이들 팝페라팀은 결혼식 축가 요청도 많이 받는다. 지난해 말 중부방송 박효석 기자 결혼식에선 김동률의 ‘감사’를 불렀다.

“눈부신 햇살이 오늘도 나를 감싸면 살아있음을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부족한 내 마음이 누구에게 힘이 될 줄은. 그것만으로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여러군데서 열리는 시청 행사에서 노래를 하다보니 난처한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노래 도중에 반주 음악(MR, Music Recorded)이 갑자기 끊겨 당황했다가 정신을 추스려 노래를 다시 하는데 반주가 되살아나더라구요.” 앰프 시설이 좋지 못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많은 팝페라팀이 활동 중이다. 대부분 외국곡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청중은 60대 이하 ‘젊은 층’이 많다. 그러나 시립합창단 팝페라팀은 60,70대 할아버지·할머니 앞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동원·박인수의 ‘향수’나 가스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 귀에 익숙한 노래를 부른다.

올해 첫 공연은 지난 7일 천안여성단체 신년교례회였다. ‘The prayer’ ‘Only love’ 등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1990년 창립한 천안시립합창단은 무용·교향악·풍물 등으로 구성된 시립예술단 중 국악과 함께 가장 오래됐다. 현재 단원은 50명. 김씨는 “합창단 전체 연습에 피해가 없도록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연습하고 있다”며 “각자의 노래 파트를 집에서 연습해 온 후 오후 시간에 별도로 남아 화음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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