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한국 증시 상장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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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외국기업 합동 투자설명회에서 중국엔진집단 관계자가 기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 허베이(河北)성과 쓰촨(四川)성 회사 외에 허난(河南)성에서 합작을 추진하는 회사의 생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청중)

“생산라인 1개당 1억 개의 포장 용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2013년까지 생산라인 3개를 신설해 연간 생산 규모를 3억 개로 늘릴 계획입니다.”(중국식품포장유한공사 천민(陳民) 대표)

금속 식품포장 용기를 생산하는 중국식품포장유한공사의 천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에서 열린 ‘코스닥 상장 외국 기업 합동 기업설명회(IR)’에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의 질문에 답하기에 바빴다. 중국식품포장은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28일 현재 주가는 5430원으로 상장가(1500원)의 3.5배를 넘었다. ‘대박’이 난 셈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 중 눈에 띄는 실적을 내는 곳은 또 있다. 지난해 5월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의 주가는 공모가에 비해 150%나 올랐다. 이날 IR에 참가한 ‘차이나그레이트’(50.8%) ‘중국엔진집단’(29.3%)의 주가도 공모가를 훨씬 웃돈다.

이런 기업이 생기다 보니 한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현재 국내 증권사와 주간사 계약을 맺고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외국 기업은 6개국 44곳이다. 중국 31개사를 비롯해 미국(7개)과 일본(3개) 기업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자금 조달 창구로서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식품포장은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자회사 인수와 합작 투자에 나서 생산 능력을 확충해 상장 당시 중국 내 8위권이던 시장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국내 주식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외국 기업이라고 대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2007~2008년 상장한 연합과기(-61.14%)와 화풍방직(-35.89%), 3노드디지탈(-18%)과 코웰이홀딩스(-2.5%)는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떨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외국 기업도 실적이나 사업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 기업 주식은 투자 정보 부족 등으로 주가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모 당시에 ‘반짝’ 주목을 받지만 상장 이후 공시나 기업에 대한 관련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리적 제약 등으로 애널리스트의 기업 탐방도 쉽지 않다. 거래소가 코스닥에 상장한 외국 기업의 합동 IR을 처음으로 연 것도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의 정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우증권 박재홍 IPO팀 부장은 “기업이 소재한 국가별 위험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중국 리스크’다. 조정석 한국거래소 해외상장유치TF 해외팀장은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중국 기업의 비중이 큰 만큼 중국의 정책과 시장 변동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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