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폐막…내년 주빈국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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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기간에 한 관람객이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엘프리데 옐레니크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시작한 세계 최대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10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는 110개국에서 6690여명의 전시자들이 참여, 35만여권의 책을 선보였다. 올해 행사의 주인공이 주빈국(Guest of honor)인 아랍연맹이었다면, 이제 세계 출판계의 시선은 내년 주빈국인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현지에선 남북 공동행사 가능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이 온다'(Korea is coming)라는 주제로 7일 열린 주빈국 조직위의 기자회견에는 100여명의 기자가 몰렸다. 이 자리에서 폴커 노이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조직위원장은 "우리는 북한에도 주빈국에 준하는 자격으로 도서전에 참여해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며 "북한의 참여는 남.북한 관계개선에 큰 몫을 하리라 확신하며 아울러 우리 도서전의 매력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황지우 주빈국 조직위 총감독도 "북한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밝힌다"며 "적어도 3~4개 프로젝트에 북한의 동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관심 끌어낼 촉매제=주최 측이 이처럼 북한 끌어들이기에 나서는 것은 행사의 상징성을 극대화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그것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영상매체에 밀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자체의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다.

한국 주빈국 조직위는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중국에 가려 있던 한국 문화의 실체를 드러내고 '모던 코리아'의 새로운 이미지를 유럽에 각인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아직 낮아 일종의 촉매제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도서전 관계자들은 남북 공동행사가 이뤄질 경우 특히 분단을 경험한 독일 문화계의 호응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빈국 조직위도 현재 여러 통로로 북한 측을 설득하고 있지만 성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황 총감독은 "남.북한 관계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현재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참가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 문학의 유럽 상륙이 핵심=남북 공동행사나 화려한 공연이 눈길을 끌기 위한 요소라면 실제 핵심은 책, 특히 문학에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내년 행사의 성패는 한국 문학을 유럽에 얼마나 제대로 알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3월부터 국내 작가 62명이 독일 전역을 돌며 작품 낭독회를 연다는 계획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도서전 홍보담당인 홀거 엘링은 "프랑크푸르트는 여전히 전 세계 언론과 문단의 시선이 쏠리는 곳"이라며 "주빈국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낸 일본처럼 한국도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문학계에'한류'를 성공적으로 상륙시키려면 단기 행사보다는 장기적 기반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조언했다. 독일에서 한국 문학을 번역해 출간하고 있는 펜드라곤 출판사 관계자는"독일 독자 대부분은 한국 문학의 존재조차 모른다"며 "전문 번역가와 편집자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볼로냐 도서전도 주빈국 선정

한편 한국은 2008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도 주빈국으로 선정됐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중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조직위원회측과 2008년 도서전의 주빈국을 한국으로 하기로 합의했으며 곧 공식 조인식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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