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고 교수이며 연구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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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델리시 관저 집무실 책상에 앉은 압둘 칼람 전 대통령. 인터뷰가 끝난 뒤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자 흔쾌히 응해줬다. 신인섭 기자

압둘 칼람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후 8시 델리 시내 칼람 전 대통령의 관저에서 있었다. 2007년 가을 칼람 대통령이 퇴임했을 때 인도 언론들은 “박사가 취임 때 들고 온 가방 두 개만 들고 대통령 관저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관저 입구에서 검색은 철저히 했지만 그의 사무실은 청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을 보여주는 듯했다. 관저엔 4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 책상, 재임 시절 각국에서 받은 선물을 진열해 둔 장식장이 다였다. 그의 책상 메모판에는 이날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비서(2명의 남자 비서가 있었다)에게 물었다. 그는 “He is yours.”라고 했다. 편한 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자그마한 키, 은색 단발머리 스타일의 칼람 전 대통령이 방에 들어서자 비서들은 모두 방을 나갔다. 그때부터 1시간, 그는 온전히 우리들의 차지였다. 그는 동네 할아버지처럼 소탈했고, 나지막하게 말하면서도 시중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선생님’이었다.

-당신의 책 『불의 날개(Wings of Fire)』『네 꿈이 모험을 만날 때까지(Indomitable Spirit)』가 한국에서 번역돼 많은 젊은이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나는 항상 젊은이들에게 ‘마음에 불을 댕기라’고 얘기한다. 그게 가장 강력한 힘이다. 한국이든 인도든 젊은이들은 비전을 통해서만 영감을 얻고 열정을 품게 된다. 국가는 향후 10년의 비전을 젊은이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는 젊은이들을 신나게 하는 일이고, 그래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이 온다.”
칼람 전 대통령은 지난 7년 동안 17세 이하 청소년 100만 명을 만났다고 했다. 퇴임 후에도 외국과 인도 전역을 다니며 강의하고 있다. 델리의 인도 경영대학(IIM)과 델리대 등에서 강의하고 과학 분야 박사과정의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4월부터는 미국 켄터키대학에서 강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신은 전직 대통령이고, 과학자다. 사람들은 ‘모하마드(정신적 지도자) 칼람’이라며 철학자의 반열에도 올린다. 시도 쓰고 있다. 스스로의 직업은 무엇으로 규정하나.
“나는 선생님이다(I define myself as a teacher). 교수이고, 하나 덧붙이면 연구자다.”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선생님은 한 젊은이의 인생 목표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변화시킨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창의력이 발현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하는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다. 학생이 선생님의 어깨 위에 서서, 위로 위로 올라가도록 해줘야 한다.”

칼람 전 대통령은 『불의 날개』에서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서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을 인용했다. 자신이 훌륭한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지식과 영감으로 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고, 꿈을 향해 훨훨 날았다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신에게 항공우주 과학자가 될 길을 제시해준 선생님 얘기도 들려줬다. 그는 “그 선생님 덕분에 나는 날고 또 날았다”고 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많은 청소년을 만났는데.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편견이 없고 쾌활하다. 또 배우길 원한다. 그래서 이들의 질문은 항상 아름답다. 이들을 만나면 나는 영감을 얻는다.”
칼람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 하급 계층 출신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배달을 하며 공부했다. 공장에 다니는 누나의 도움으로 공부했고, 채식주의자가 된 것도 대학시절 궁핍함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어려운 아이들도 당신처럼 꿈을 펼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돈도 없었지만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 선생님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삶의 길을 제시해주셨다”며 선생님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슬람이면서, 다른 종교를 포용하는 행보를 보이셨는데.
“모든 종교는 신학(theology)과 영성(spirituality)의 두 면을 갖고 있다. 신학은 기독교·이슬람·힌두교 등 모든 종교가 갖고 있는 고유함이지만, 영성은 모든 종교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것이다. 나는 국제사회가 종교 속의 영적인 힘을 추구함으로써 화해할 수 있다고 본다.”

-당신은 청렴하고 투명한 공직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 가난한가.
“아니다. 나는 부자다. 두 가지 면에서다. 하나는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해서 부자이고, 둘째로는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힘은 나의 재산이다. 그들이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들을 사랑한다. 나는 지구 위에서 이미 78년을 살았다. 지식과 이 땅의 젊은 파워, 이 둘은 내 인생의 목적이자 내가 이룬 업적이다.”

-건강해 보인다. 건강관리 비법이 있는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성공을 행복으로 즐기는 것이다. (기자를 향해) 당신이 정말 훌륭한 언론인으로 성공한다면 그게 나의 행복이다. 또 내가 상대방에게 해줄 것이 뭐가 있나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한다. 이렇게 묻고 산다면 그 삶은 행복해질 것이다.”

칼람 전 대통령은 도를 닦는 철학자의 분위기를 풍긴다. 인도 정통의 수련 운동인 ‘요가’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매일 아침 6~7시에 관저 주변을 한 시간 동안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걸으면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어제 내가 한 일과 오늘 해야 할 일,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현재는 과거에서 나오고, 미래는 현재에서 나온다. 어제는 기자가 온다고 해 그 준비를 했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한국에서 만든 추억을 생각했다. 눈이 오고 추웠지만 아름다웠다. 활기찬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되살렸더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면 내일은 무얼 할 건가.
“내일은 인도 남부 지역으로 가서 한 부족의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지역 의원들도 만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000명의 대학생들과 2000명의 고등학생들을 만나는 일이다.”

델리=김수정 기자 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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