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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감원 감독권한 분산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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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직원들이 어제 자정(自淨)결의대회를 열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주식투자를 금지할 것이며 향응 및 선물도 받지 않고 시장과 고객 위주의 감독기관이 되겠다고 결의했다.

이런 자성과 자정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것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현준 게이트' 는 연루된 임직원들의 인성이 특별히 나빴기에 생겨난 것은 아니며, 현행의 금융감독 시스템하에서는 금감원이 '절대 권력' 화하고 '부패의 온상' 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패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혁해야 하며 그 키워드는 '견제와 균형' 이어야 한다.

금감원의 견제 및 감시장치는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금감원은 금융감독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면서도 감사원의 정기 검사 외에는 그 어떤 감시와 견제도 받지 않았다.

아무도 통제하지 않으니 비리에 연루돼도 적발될 확률이 적고 유혹은 커지게 마련이다. 금감원장과 금감위원장직을 분리해 금감위가 금감원을 감독하도록 한다거나 금감원을 정부조직화해 금융감독청으로 개편하는 등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외부 감독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차제에 금융기관 검사와 감독 등 법적 업무 외에는 다른 곳에 이양하는 등 권한 분산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부실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 업무와 금융기관 인허가권 등의 부수적 업무는 재정경제부나 민간으로의 이양도 검토해 봄직하다.

더불어 내부 감사도 강화돼야 한다. 감사실의 기능과 인력이 보강돼 상시 감사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정부가 민간 대기업에 제시한 감사위원회제도를 스스로 해보는 것도 검토해 봄직하다. 또 주식투자의 전면 금지, 퇴직 임직원의 취업 제한, 재산등록이나 변동상황 신고 대상의 확대 등과 같은 부패방지 시스템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원활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제도와 시스템 개혁을 서둘러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李위원장은 당면한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며 근본적인 조직개편을 늦추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선 안된다.

'부패의 기수' 라는 오명을 받는 상황에서 개혁작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 금감원의 전면적 개혁은 금감원이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어느 조직이건 스스로 곪은 상처를 도려낼 수 없기 때문에 금감원의 수술은 청와대건 총리실이건 정부가 나서야 한다. 향후 개혁은 금감원 수술과 더불어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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