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흙가루에 첨단기계 망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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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 도심에 인접한 공단에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이 남아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30여년전 북구 침산동 일대에 조성된 대구3공단은 도심에서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벤처기업 등 덩치는 작지만 부가가치가 큰 첨단업체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 곳.

그러나 공단내 간선도로격인 15m 폭의 도로 1㎞구간이 아직도 비포장으로 남아 있어 주변 공장들은 첨단 정밀기계들을 가동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곳에 3백여평짜리 공장을 구입, 정밀인쇄 및 CD롬 제작사업을 벌이려던 M커뮤니케이션 李모(40)사장은 비포장 도로의 흙먼지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하루 종일 날아드는 흙먼지 때문에 10억원에 이르는 첨단정밀기계를 망칠 것을 우려, 공장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물이 흥건히 고인 진흙길로 변하고 공장바닥까지 흙투성이가 돼 먼지공해가 더 심해진다.

이 때문에 도심권에 위치한 공단임에도 최근 비어 있는 공장들이 늘고 있으며, 남아 있는 공장들도 폐기물처리 또는 주물 등의 부가가치가 낮은 업체들이다.

비포장으로 방치되다 보니 이곳 도로에는 몰래 버린 쓰레기까지 쌓여 갈수록 슬럼화하고 있다.

지난 여름 가뭄에는 이웃한 공장들이 번갈아 도로에 물을 뿌려야 하는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곳 공장들과 주민들은 벌써 수차례 대구시청과 북구청에 도로포장을 요청했지만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청에서는 '구청관할' 이라고 미루고 구청에서는 '예산이 없다' 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북구청은 이곳 주민들의 포장요구에 대해 최근 "이 구간의 포장 및 지선 하수도 설치에 필요한 사업비가 과다하게 소요되는 관계로 열악한 구 재정 형편상 지연되고 있다" 고 회신했다.

N화학 金모(36)과장은 "도심과 고속도로 접근이 쉬워 입지로는 최적이지만 첨단기계를 가동할 수 없을 정도의 산업환경" 이라며 "쓸데없이 보도블록을 바꾸는 낭비를 줄이면 1㎞구간의 포장은 어렵지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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