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바란다] 2기 독자위원회 10월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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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2기 독자위원회(위원장 金榮鎬우석대교수)가 지난 25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10월 모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선 이른바 ‘정현준 게이트’를 비롯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미국 대통령 선거보도 등에 관한 본지 기사 및 편집방향 등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참석자는 金위원장,하승창(河勝彰)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류두현(柳斗現)변호사,황시봉(黃時鳳)STIC IT벤처투자대표, 주부 정옥선(鄭玉仙)씨, 김유미(金有美)전 고대신문 편집국장 등이다.본지에선 이헌익 문화스포츠담당부국장, 안희창독자팀장, 정치부 김교준·경제부 허의도·전국부 김우석·국제부 김종혁 차장 등이 답변에 나섰다.

▶하승창=지난달에도 여권의 선거비 실사개입 의혹 기사가 어느날 갑자기 지면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그런데 이번달에도 황명수(黃明秀)전의원 계좌에 거액이 입출금됐다는 기사가 어느 시점부터 사라졌다. 중앙일보의 경우 7일자 사설에선 ‘검은 돈 몸땅 밝히자’고 강조하면서 의욕을 보이지 않았나. 한국 디지탈(KDL)라인 정현준사장 문제가 터지기 전 4일자부터 ‘위기의 펀드’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펀드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기획기사에 강한 중앙일보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황시봉=중앙일보가 시의적절하게 펀드문제에 대해 좋은 지적을 한 상황에서 터진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黃전의원 비자금 문제처럼 흐지부지되지 않았으면 한다.

차제에 중앙일보가 벤처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노정시켜 빨리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스닥시장을 정상화하고 벤처산업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류두현=정현준 게이트와 관련해 금융관계 종사자들의 주식투자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미국은 전면 금지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사례를 검토해 금융관계 종사자들이나 공직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방향제시가 이뤄졌으면 한다.

▶김영호=ASEM보도 가운데 핀란드여총리· 그리스 외무장관과 오빠의 만남 같은 휴먼스토리를 다룬 ‘아셈 피플’은 회의보도가 주는 딱딱함을 피할 수 있었다.다만 반아셈측의 입장을 다루는 데는 소홀한 느낌이었다.

▶하승창=반(反)ASEM시위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의 주장이나 내용보다 시위를 하느냐 마느냐에 더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정옥선=러시아를 방문한 이한동(李漢東)총리가 푸틴을 만나지 못한 것은 충격이었지만 러시아가 왜 외교적으로 무례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분석기사가 없었다.

▶하승창=대북문제및 북한 노동당 초청문제와 관련해 11일자 ‘노동당 정권은 비민주적 독재정권인데 가면 되느냐’는 요지의 이동복(李東馥)시론(‘노동당 잔치’의 노림수)이나 13일자 권영빈칼럼 ‘낮은 연방제의 함정’은 냉전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깔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수교로 치닫고 있는데 이런 식의 판단은 한국을 4강외교 틈새에서 고립시킬 가능성이 있다.이런 시각은 단순히 이데올로기적인 면이 아니라 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황시봉=내 생각은 정반대다. 국정감사에서 남북대화 이후 땅굴조사가 중단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국민들의 보수적 의견이 사설에 조금씩 다뤄지고 있을 뿐 오히려 부족하지 않은 가 한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보수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했으면 한다.

▶하승창=미국 대통령선거의 첫 TV토론이 5일자 1면 사이드로 비중있게 나갔는데 왜 미국대선을 중요하게 봐야하는지 한국과의 관련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정옥선=19일자 1면에 성남 술집 화재사건을 보도했는데 폐쇄공간이라는 점, 지하에 탈출구가 없고 가연성 내장재를 설치한 업소라는 점에서 1년전 인현동 참사와 비슷했다. 더욱이 30,40대 주부들이 접대부로 일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주부들끼리 얘기를 나누다 보면 과거에는 주부들이 식당에 나가거나 슈퍼마켓에서 일 했는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이런 점도 짚어줬으면 좋겠다.

▶하승창=신도시 주민들의 러브호텔 반대문제는 한달 가까이 후속기사가 보도됐지만 3일자 음성직 전문기자의 칼럼 ‘신도시 러브호텔 퇴치법’ 정도를 빼면 건축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5일자 29면에 짤막하게 소개된 ‘행자부의 자치단체장 주민소환제 검토’기사 등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비중있게 다뤘어야 했다.

▶김유미=지난달 23일부터 1면에 ‘가짜 빈곤층 판친다’는 기초생활보장법에 관한 기획기사가 나왔는데 법률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처럼 복지병을 염려할 정도인지 의문이다.오히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피해받을 수 있는 점을 짚어야 하지 않을까.

▶김영호=2일자부터 게재한 마약에 관한 기획기사에서 심층취재를 통해 마약범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너무 구체적이고 적나라해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정옥선=‘주말예감’ 섹션은 처음 생겼을땐 등산·골프 등의 레저정보와 색다른 음식점 소개는 물론 날씨지도까지 나와 주말을 충실히 대비하는데 도움이 됐다.그런데 요즘은 주말과 관계없는 내용이 많아 의아하다.‘문화의 랜드마크를 찾아서’ 같은 것은 문화면에 싣는게 낫지 않나.

▶김유미=9일자부터 여러 면에 걸쳐 중앙일보 하프마라톤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면을 과다하게 할애한 것은 아닌가. 이와 대조적으로 18일 개막한 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기사는 프로야구나 우리와 직접 상관이 없는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 비해 너무 소홀하다.

▶김영호=세계의 탑우먼에 대한 이메일 인터뷰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베스트작가이기도한 CNN부사장은 시의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김유미=수도권면의 ‘메트로 라이프’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문화축제 등을 소개해 주고 있어 매우 유익하다.앞으로 아기자기하고 가슴 따뜻한 박스기사도 발굴해 실어줬으면 한다.

▶하승창=특히 14일자 메트로 라이프의 ‘버스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 같은 기사는 시민들이 중심이 되서 주변을 바꾸는 모습을 전달해 줘 돋보였다. 차제에 지역단체들의 활동 모습을 충실히 다뤄달라.

▶중앙일보=黃전의원 비자금 문제는 검찰수사가 이뤄진게 없어 속보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기사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현준 게이트와 관련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뒤 사체전주와 닷컴의 결탁문제, 주식투자를 하지 않아야할 계층의 주식투자 문제 등을 짚어나가겠다.

반아셈측의 입장은 세계화가 초래한 불평등의 문제를 다룬 정운영칼럼 등에서 전달한 바 있다.대북 관련보도는 국민의 절차와 동의가 중요하다는 일관된 입장으로 접근하고 있다. 李총리의 푸틴 면담 불발건은 현지 확인결과 미리 면담약속이 돼 있지 않았기때문에 러시아측의 결례라고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선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대선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남북·북미·주한미군 문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대신 엎치락 뒷치락 하는 지지율보다 우리나라에 귀감이 될 만한 후보들간의 토론이나 타운미팅 등의 선거문화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복지병’을 논의할 시기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복지병과 빈곤층을 다루는 문제는 별개다.빈곤층 문제는 이미 여러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앞으로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프 마라톤 보도는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보도한 것이지만 내년부터는 기사량을 조절하도록 협의하겠다.마약범죄는 도제식이고 점조직으로 이뤄져 초범이 복용은 가능해도 장사까지는 못하는 특성이 있어 비교적 상세한 수법을 보도한 것이다.

‘주말예감’‘메트로 라이프’의 부족한 점은 내달부터 정보위주로 내용을 확충해 주 1회씩 ‘Better Life’‘메트로 와이드’‘행복한 책읽기’‘신남북시대’등의 섹션이 나가게 된다.중앙일보의 기획취재에 대해 격려해 주셨는데 앞으로도 사안이나 현상을 다각도로 깊이있게 분석해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겠다.

정리=강민석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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